“조현병 ‘잠재적 범죄자’ 낙인찍는 뉴스 그만”…인권위, 정신장애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강은 기자
2일 오후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과 한국조현병회복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 관점에서 바라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강은 기자

2일 오후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과 한국조현병회복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 관점에서 바라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강은 기자

언론이 정신장애인을 향한 차별·편견을 초래하는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조현병회복협회 ‘심지회’는 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 관점에서 바라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심지회는 인권위 용역을 받아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보도된 주요 방송사 뉴스·시사 콘텐츠,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언론 보도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은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단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12명과 가족 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특정 질병명과 범죄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기사,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기사, 폭력적 삽화를 삽입한 기사 등을 편견 조장 기사의 전형으로 꼽았다.

이들은 5개월간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해 총 111건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했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한 기사의 제목은 “조현병 환자 ‘사이코패스’ 성향 막으려면…”,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조현병 환자”, “조현병 환자 흉기난동…3명 부상” 등이었다.

기사에 대한 지적을 받은 언론사는 KBS·MBC·JTBC가 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SBS·YTN·중앙일보·연합뉴스·뉴시스·이투데이는 3건씩이었다. 동아닷컴, 조선일보, 채널A, 헬스조선, MBN도 각각 2건의 보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정모희씨는 “일부 언론들은 조현병이 폭력적이라는 효과를 얻기 위해 고의로 부풀려 해석하고, 소수의 사례를 전체 상황인 것처럼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훈씨도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다룬 기사에는 칼을 들고 서 있거나,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사진이 게재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무서운 범죄자라는 선입견을 주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조현병 진단을 받고 15년간 병원에서 생활 중이라는 이모씨는 “정신질환 병력을 밝히는 것은 ‘사실’을 적시하는 일이지만, 언론은 사실을 넘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해당 범죄사건과 정신질환 병력 사이에 정말 연결고리가 있는지,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지역사회와 정신건강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밝히는 게 진실을 다루는 일”이라고 말했다.

KBS가 투자·제작한 영화 <F20>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심지회는 “F20은 조현병 환우를 사회 위험 구성원이자 살인자로 묘사했다”면서 “F20(조현병 질병분류코드)은 원래 가치중립적인 단어지만 이 영화를 통해 주홍글씨가 됐다”고 밝혔다. KBS는 해당 영화가 조현병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한다는 정신장애인 단체 등의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10월26일 방영을 전면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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