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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의 전제조건

입력 2021.12.07 03:00

풋살팀 동료가 갑자기 주 4일제를 꺼냈다. 보수적이라 반대할 줄 알았는데, 당장 주 4일제는 무리지만 주 4.5일제라도 먼저 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해 플랫폼노동자로 일하는 한 배달노동자는 노동시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봤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야 주 4일제가 좋겠지만, 오래 일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자기 같은 사람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라는 거다. 두 노동자의 대립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주 4일제는 현장을 모르는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으로 들릴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노동자 간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 4일제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이 적용돼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연차, 연장근로수당, 근로시간 제한 등 휴식, 휴가와 관련된 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이 상태에서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사업주가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 법을 무력화하거나, 노동자 간 격차가 확대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역시 대기업노동자와 공무원을 쉴 거 다 쉬면서 일하는 귀족노동자라고 비난할 수 있다.

둘째, 소득격차가 해소돼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가 반대하는 이유는 소득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노동자가 소득이 주는 건 아니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받고, 연장근무로 소득을 보전하는 중소기업과 최저시급 노동자들이 주로 피해를 본다. 이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시간의 확대다. 퇴근 후 배달, 대리운전 등으로 소득을 보충한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 간 소득격차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의는 일부 노동자의 이기적 요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 간 불평등이 정규직 노동자의 처우확대에도 방해가 된다. 사회복지를 확대하여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고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식으로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야근하면 훌륭한 직원이라는 낙후된 인식을 바꾸고 노동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상사 눈치 보면서 오래 일하는 노동자가 우대받는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고,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산업전환과 노동자 직업 교육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노동자에게 여가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넷째, 돌봄노동자와 서비스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소비여력이 있고 돌봄노동을 직접 할 필요가 없는 계층엔 여가시간이 말 그대로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어떤 계층엔 늘어난 여가시간이 가정 내 돌봄노동의 증가를 의미한다. 2021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늘었는데, 소득에 따라 가족관계가 달라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낮을수록 가족관계가 악화되고 소득이 높을수록 가족관계가 좋아졌다. 우리의 여가시간을 책임질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고용이 늘지 않으면 늘어난 시간을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을 하나씩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과 정치의 역할이다. 주 4일제로 가기 위한 노동, 산업, 복지정책이 주 4일제보다 중요하다. 노동운동과 정치개혁이 주 4일제의 마지막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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