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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여, 공공의료에 투표하라

입력 2021.12.09 03:00

수정 2021.12.0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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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아침마다 시민들이 남은 병상 수를 걱정하고, 병상 몇 %가 찼다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를. 또 왜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지 말이다.

송현숙 논설위원

송현숙 논설위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지난 한 달간 행정명령을 통해 확보한 중증 병상은 단 27개다. 4주 내에 확보하겠다고 한 준중증 병상도 목표치의 절반만 확보한 상태다. 3조원 가까운 돈이 주로 민간병원의 병상 확보 등 치료대응에 들어갔는데도, 병상 확보에 이렇게 애를 먹고 있으니 복장이 터진다. 300병상 규모 공공병원 20곳을 만들 수 있는 비용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확진자 폭증 속에 병상 대기자도, 그 과정에서 숨지는 환자도 늘어만 가고 있다. 공공병원에 진작 투자했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일이다.

코로나 2년, 공공의료 확대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 환자 치료 대부분을 담당하는 국내 공공의료의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공병원 비중은 전체 병원의 5%대이고, 병상 수 기준으로는 10%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7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외진 곳에 있는 곳이 많고 병상 수도 적다. 공공의료가 이처럼 맥을 못 추고 허약하니 민간병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봉착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12.3개로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많은 의료 인프라 강국이다. 반면 인구 대비 중환자 병상 비율과 보건 의료인 수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병상 수 등 의료자원은 풍족해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선 쓸모없는 허수 요인이 많다. 중환자 병상도 적고, 흔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진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의료진 숫자와 업무 범위조차 조정하기 어렵다. 공공병원 비율과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민간병원 협조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부 당국은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이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속 한시적으로 민간병원을 국유화한 스페인이나, 공공병상과 의료인력을 대폭 늘린 독일의 대응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나라는 애초에 제대로 된 공공의료서비스를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의료는 당연히 민간이 맡는 것으로, 공공의료 투자는 그저 비용으로만 간주했다. 막대한 건강보험 혈세가 투입되지만, 민간은 돈이 안 되는 것만 공공이 하라고 떠밀고, 자신들은 비급여 위주의 돈벌이 경쟁에 몰두했다.

코로나 2년간 공공의료의 필요성은 강조됐지만, 실제로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의 단식투쟁 끝에 70개 중진료권 중 13개 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사전용역비 26억원, 울산과 광주의 공공병원 신축 설계비 20억원 등 예산만 통과됐을 뿐이다. 생색내기 수준으로, 실제 공공병원 건립으로 이어질지, 언제 건립될지 기약도 없다.

암울한 것은 앞으로도 변화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곳곳에는 향후 몇 년간 대형 민간병원들이 수천 병상의 분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 각축전 속에 부동산값도 덩달아 오른다는 기사까지 나온다.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뿐, 공공의료서비스에 예산을 들일 생각조차 안 한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필요할 때만 민간의 시설을 빌리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으냐고 한다. 그러나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민간병원은 돈이 안 되면 안 움직이니 공공이 필요한 것”이라며 “태권도 학원, 세콤이 아무리 많아도 치안을 그곳에 맡길 수는 없지 않으냐”고 갈파한다.

참여연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 노동시민단체들이 청와대 앞길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유독 눈에 띈 건, 공공의료에 투표하자는 손팻말이었다. 정부가 시민들을 두려워하도록 행동해야 한다. 질 높은 공공병원을 늘려가고, 민간병원도 공공성을 다하도록 책무를 요구해야 한다. 소진되지 않도록 인력을 보충하고, 시민들에게 낭비 없는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전달되도록 의료의 체질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달라질 것도 없다. 책 제목처럼, 우리가 원하는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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