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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쓴 오랜 사랑 이야기… 조형균·김수하가 말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

  •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뱀에 물려 죽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저승에 내려간 오르페우스. 그의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 저승의 왕과 왕비마저 감동시키지만, 이승에 돌아갈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죠.

지난 9월 개막한 <하데스타운>은 바로 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뮤지컬입니다. 작품은 신화를 빌려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담아냅니다. 기후변화, 자본주의, 노동 착취 등이 그것이죠. 이야기가 현대의 옷을 입으면서 캐릭터도 달라졌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고 각성하는 혁명가로, 에우리디케는 뱀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스스로 저승행을 선택한 인물로 다시 쓰였죠.

이번 한국 공연에선 배우 조형균과 김수하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연기하고 있는데요. 뮤지컬 <시라노>, <호프> 등에서 미성의 가창력을 자랑했던 조형균은 <하데스타운>의 고난도 넘버 역시 아름답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런던 <미스사이공>으로 데뷔, 귀국한 뒤에도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김수하 역시 화제작 <하데스타운>까지 섭렵하며 ‘괴물 신인’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요. 두 배우가 걷고 있는 <하데스타운> 여정의 이야기를 올댓아트가 들어봤습니다.

뮤지컬 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하데스타운>은 한국 공연 소식이 들리기 전부터 굉장한 화제작이었어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오디션 비화가 있다면.

조형균: 오디션 1년 전쯤 나하나 배우가 “이런 작품이 있는데, 한국 오면 꼭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때 처음 영상을 보고 반했어요. 그 후에 오디션이 떠서 지원을 하게 됐죠. 오디션 지정곡이 ‘Epic’이었는데, 처음 음원을 들었을 때 잘못 올린 줄 알았어요. 음역대가 너무 높아서 여자 노래인 줄 안 거예요. (웃음) 저는 가성이 잘 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게다가 그때 <나빌레라>에서 할아버지 역을 하고 있었거든요. 낮은 톤을 쓰다가 ‘Epic’을 부르려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매일 베란다에서 유튜브로 가성 강의를 들으며 연습했죠. 그리고 오디션에서 기타도 쳐야 했어요. 그런데 기타를 칠 줄 몰라서 기타리스트 친구에게 이틀간 속성 레슨을 받았어요. 오디션 전날 당근마켓으로 2만 원 주고 산 기타를 들고 갔죠. (웃음)

김수하: 제가 영국에서 <미스사이공> 투어를 할 때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하데스타운>이 공연됐어요. 그때 에우리디케를 배우 에바 노블자다가 했는데, 제가 <미스사이공>에서 에바의 커버였거든요. ‘이런 작품이 있구나, 좋은 작품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한국에 올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마침내 한국 오디션 소식이 떴을 때 에바에게 그걸 캡처해서 보여줬더니 ‘꼭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줬죠. 오디션에선 ‘Flowers’랑 ‘Wedding Song’을 불렀어요. 전형적인 뮤지컬 음악이 아니라서 재밌게 오디션을 봤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았어요.

뮤지컬 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두 분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함께 호흡을 맞춰 보시죠?

조형균: 전부터 수하 얘기를 그렇게 많이 들었어요. ‘대체 누구야?’ 하고 영상을 찾아봤어요.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이 아닌데 진짜 잘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김수하: 제가 오빠의 ‘찐팬’이에요. 2019년에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공연할 때, 다른 배우들을 초대하는 이벤트 공연이 있었어요. 오빠가 와서 <시라노>의 ‘거인을 데려와’를 불렀는데 그때 팬이 됐어요. 그리고 올해 초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제가 여자 주연상을 받을 때 오빠가 시상자로 나와서 제 이름을 불러주셨거든요. 그 후에 드디어 <하데스타운>으로 만나게 됐죠. 연습실에서 제가 거의 오빠의 팬클럽 회장이었어요. 오빠가 ‘Wait For Me’를 부르고 나면 기립박수를 하도 쳐서 연출님이 말릴 정도였어요. (웃음)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에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역시 원래 신화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형균: 해외 팀과 함께 연습할 때 오로지 ‘순수함’ 하나에 집중했어요. 순수하다는 건 믿음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철부지 같은 믿음이지만, 오르페우스는 봄이 올 거라고 굳게 믿어요. 2막에서 얻어맞고 깨우치기 전까지는 그 믿음과 신념 하나만 갖고 가죠. 그래야 오르페우스의 모든 이야기가 풀려요.

김수하: 연출님이 에우리디케는 ‘추위와 배고픔에 질려버린 아이’라고 강조하셨어요.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의 모습, 강한 모습이 보이도록 표현했죠. 그런데 공연을 할수록 오르페우스를 만나서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강한 모습만 단편적으로 보이기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특히 ‘Flowers’를 부를 때는 에우리디케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던 모든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부르고 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이 곡을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뮤지컬  공연 사진|에스앤코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사진|에스앤코

연습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조형균: 기타였죠. 오르페우스들은 항상 연습 한 시간 전에 와서 구석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김수하: 저는 그 부담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뮤지컬 <포미니츠> 할 때 피아노 연주가 정말 무서웠거든요. 오르페우스에게 기타가 있다면, 에우리디케에게는 물구나무가 있어요. (김)환희 언니랑 그 안무를 처음 배웠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이걸 매일 해야 한다고?’ 하고 놀랐죠. 연습실에서 매일 언니랑 물구나무를 연습하며 서로 응원해 줬어요.

조형균: 지금은 둘 다 거의 태릉 선수죠. 우리나라 여자 뮤지컬 배우 중에 물구나무를 제일 잘 설 거예요. (웃음)

작품 속에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굉장히 짧게 그려지는데요. 두 사람은 왜 서로를 사랑하게 됐을까요?

김수하: 너무 달라서요. 나와 다른 모습,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을 오르페우스가 갖고 있거든요. 에우리디케는 현실에 치여서 오르페우스처럼 꿈을 꿀 수 없잖아요. 자기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오르페우스를 보고 사랑에 빠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에우리디케처럼 마음이 닫혀있는 친구들의 특징이, 마음을 한 번 열면 모든 걸 준다는 거예요. ‘올인’ 스타일이죠.

조형균: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예뻐서 반한 건 아니고,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어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왜 자꾸 마음이 가지. 안쓰럽기도 하고, 어떤 익숙함에서 오는 반가움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2막으로 갈수록 에우리디케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돼요. 1막에서는 에우리디케가 의심이 많고 오르페우스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2막에선 반대가 되거든요. 현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의심하게 되죠.

뮤지컬  공연 사진|에스앤코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사진|에스앤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이승으로 돌아가면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Doubt Comes In’ 장면의 연출이 인상적이었어요. 에우리디케가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데도 조명 때문에 오르페우스는 전혀 보지 못하는 연출이요.

조형균: 무대에서도 진짜 안 보여요. 객석에서 보는 느낌 그대로예요. 정말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야?’ 이런 느낌.

김수하: 리허설 초반엔 정말 위험한 순간도 많았어요. 오빠는 제가 안 보이지만 저는 오빠가 조명을 받고 있으니까 다 보이거든요. ‘어, 저기로 가면 넘어지겠는데.’ 싶으면 정말로 휘청하곤 했죠.

오르페우스가 결국 뒤를 돌아보는 장면에선 어떤 기분이 드나요?

조형균: 나 자신에 대한 원망도 있고, 실패에 대한 좌절감도 들고요. 여러 감정이 들어요.

김수하: 그날그날 달라요. 어느 날은 오르페우스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래, 괜찮아.’ 싶기도 해요. 어떤 날은 오르페우스가 저승에 절 데리러 나타나던 그 순간이 생각나요. 그런데 이제는 다시 함께 할 수 없어서 절망감이 들죠. 매일 달라서 정말 신기해요.

뮤지컬  공연 사진|에스앤코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사진|에스앤코

캐릭터와 실제 본인이 닮은 점이 있다면.

조형균: 오르페우스 같은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요? (웃음) 1막의 모습은 저랑 닮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2막 ‘If It’s True’를 부를 때는 조금 비슷해요. 저도 불합리한 일을 못 참거든요. 동생들이 어디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면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김수하: 저는 처음 런던에 갔을 때 부담감이 컸어요. 내가 못하면 한국이 욕을 먹을 것만 같았죠. 영어도 잘 못하니까 제 자신을 숨기게 됐어요. 한국에 있는 부모님한테도 계속 괜찮은 척을 했고요. 어차피 절 보러 오실 수도 없는데, 걱정 시킬 바에야 괜찮은 척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에우리디케도 비슷해요. 혼자서도 잘 살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오르페우스에게 처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관객들도 ‘어머, 쟤가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게 되죠. 그런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

뮤지컬 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수하: 저희 둘이 공연하는 날 오빠가 대사 한 줄을 까먹고 안 한 적이 있어요. 놀라서 저도 그다음 대사를 틀렸는데, 오빠는 너무 해맑은 거예요. 눈빛도 안 흔들리고 연기를 이어 나가길래 저는 ‘역시 조형균이다’ 이랬어요. 그런데 사실 오빠는 자기가 틀린 줄 몰랐던 거예요.

조형균: 전 수하가 틀린 것만 알았어요. 그래서 끝나고 수하한테 “괜찮아. 한 번씩 틀려야 사람 같지.” 이랬어요. 그런데 그날 연출 팀이 제 방에 오더니 “아까 그 대사 왜 안 했어요?” 하는 거예요. 그다음 날 수하한테 석고대죄를 했죠. (웃음)

뮤지컬 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배우 김수하(왼쪽), 조형균|올댓아트 정다윤

두 배우 모두 올해 바쁘게 활동했는데요. 2021년 한 해가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조형균: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1년 동안 하는 공연마다 중단되고 취소됐어요. 그동안 베란다에 혼자 앉아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자존감도 낮아지고 많이 힘들었죠. 작년 말부터 공연을 다시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냥 ‘행복하다, 늘 지금만 같아라’ 하는 마음이에요. 공연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재밌어요. 게다가 <하데스타운>이잖아요. 관객들도 좋아하지만 배우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거든요.

김수하: 올 한해 쉬지 않고 새로운 역할들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할 때는 어렵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요. <하데스타운> 역시 연습은 힘들었지만 공연이 올라간 후에는 여유가 생겨서 즐겁고 감사하게 하고 있어요.

반 년 넘는 장기 공연이잖아요. <하데스타운>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김수하: 날씨가 더울 때 처음 연습을 시작했는데 벌써 추운 겨울이 됐네요. 이 작품이 끝나면 머리를 탈색해보고 싶다는 소소한 꿈이 있어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조형균: 저는 일단 마지막 공연까지 소리도 잘 났으면 좋겠고 기타도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습니다. 내년에 공연이 끝날 무렵엔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팀이 MT 한 번 가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최소 두세 명은 성대 결절 걸릴 거예요. (웃음)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1.9.7 ~ 2022.2.27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시간 160분
8세 이상 관람가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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