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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총

입력 2021.12.10 03:00

수정 2021.12.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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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총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실탄을 쏴서 범인을 검거했다고 자랑 삼아 홍보영상을 돌리기도 했다. 국회는 경찰을 뒷받침한다며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시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인천 사건은 총 때문이 아니라 엉터리 현장 활동 때문에 생긴 거다. 경찰관이 현장에 나갈 땐 반드시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2명은 되어야 현장 대응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과 진압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현장 변수도 많다. 층간 소음은 흔한 분쟁이지만, 감정이 쌓이면 자칫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2인 1조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대화’를 위해 1층과 3층으로 나눠졌다. 범행현장이 된 3층은 ‘시보’에게 맡겨두었다. 대응이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거다.

여론의 주문이나 경찰청장의 요구, 또는 국회의 법률 개정 방향이 가리키는 것처럼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좁은 실내에서의 사격은 매우 위험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범죄자의 넓적다리를 조준해 정확히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백발백중은 영화에나 나오는 상상 속 산물일 뿐이다. 일단 총을 쏘면 총구를 벗어난 총알은 제 맘대로 날아간다. 피해자나 주변 사람에게 닿을 수도 있고, 경찰관을 향할 수도 있다.

1991년 서울 신림동의 늦은 밤. 막 결혼한 아내와 함께 길을 걷던 서울대 박사과정 한국원씨는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졌다. 피할 겨를도 없었다. 학생들의 시위에 분통을 터트린 파출소장이 권총 사격을 했는데 100m 밖에 있던 한씨가 맞은 거다. 한국원씨를 죽이겠다는 고의야 없었겠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당시 책임자였던 서울 관악경찰서장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오히려 승진을 거듭해 해양경찰청장까지 영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고 인천경찰청장이 물러난 것과는 크게 달랐다.

2001년 경남 진주에서 꽃집 사장이 자기 집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경찰은 꽃집 사장이 흉기로 부인과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긴박한 상황에서 총을 쐈다고 했다. 그런데 꽃집 사장은 혼자였고 맨손이었다. 지레짐작으로 방아쇠를 당긴 거다. 총을 쏜 경찰관은 며칠째 집에 숨어 있었다. 수소문 끝에 그의 집을 찾아내 만나러 갔다. 그 경찰관은 불문곡직하고 엎드려 절을 했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통곡했다. 가해자였지만, 그도 만만치 않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참 지난 다음, 법원이 피해자 가족이 당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지만, 죽은 사람이 돈 몇 푼에 돌아올 리 없다. 유족의 고통은 물론이고 사람을 죽였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치러야 할 고통도 만만치 않았을 거다. 총기 사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범죄자에게 총을 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가장 분명한 해결책은 앞서 확인했던 경찰활동의 원칙을 되짚는 거다. 사실 경찰은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엄청난 인력 혜택을 받았다. 의경이 폐지된다며 선제적으로 증원을 했다. 그렇게 많이 늘렸어도 현장은 늘 인력부족에 시달린다.

경찰의 인력구조는 늘 위쪽을 향한다. 우수한 인력은 경찰청에 집중 배치하고, 그다음 지역경찰청과 경찰서로 이어진다. 상급 부서에는 파견 등을 통해 정원을 훨씬 넘는 인원이 근무한다. 경찰청에서 청장 얼굴이라도 가끔 봐야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니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고,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은 기관장도 인력 뽑아 쓰기 유혹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현장은 늘 공백이 생긴다.

경찰이야말로 구조조정이 절실한 조직이다. 홍보 등 경무기능이 너무 크고 정보, 보안, 경비 등도 군사정권 시절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진시험 준비하기 좋은 부서가 되어 버린 경비 분야도 대폭 줄여 일선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위험해지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금껏 두 명만 출동했다면 서너 명이 출동하면서 경찰의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총을 쏜다는 위험천만한 방법 말고 구조조정을 통해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국회 행안위원들의 역할이어야 한다. 경찰청장을 위한 인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일선 위주의 인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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