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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노조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1.12.16 03:00

수정 2021.12.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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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미국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과 스타벅스 미국 내 사업장에서 첫 노조가 탄생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노조가 생기면 설립 이후 이어진 아마존(1994년)과 스타벅스(1971년)의 미국 내 매장 무노조 경영은 끝난다. 첫발은 미 노동관계위원회(노동위)가 뗐다. 노동위는 지난달 29일 지난 2~3월 아마존의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센터 직원들이 실시한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반대 71%, 찬성 29%로 부결)를 뒤집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노동위가 산별노조 측이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마존 첫 노조 설립은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열흘 뒤엔 스타벅스에서 희소식이 나왔다. 지난 9일 공개된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노조 결성 투표 결과 찬성 19명, 반대 8명으로 가결됐다. 미국 내 스타벅스 9000개 직영 매장에서 시도된 관련 투표로는 첫 승리다. 노동위가 승인하면 스타벅스 첫 노조가 탄생한다.

조찬제 논설위원

조찬제 논설위원

노동위의 아마존 노조 설립 재투표 결정은 의미가 크다. 회사 측의 노골적인 노조 방해 행위에 철퇴를 가했기 때문이다. 사측의 노조 방해 행위는 흔한 일이다. 아마존도 예외는 아니다. 노조 설립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이유다. “(회사는) 투표 과정을 근본적으로 장악했고, 그 과정을 통제했다는 강한 인상을 줬다.” 아마존 노조 방해 행위에 대한 노동위의 평가다. 실제로 회사는 노동위 지침을 무시하고 물류센터 입구 바깥에 투표함을 설치해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투표 반대’ 홍보물 배포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류센터 복도와 화장실마다 반노조 포스터를 붙였다. 심지어 하루 4~5차례 반노조 문자를 보내고, 노조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소문도 퍼뜨렀다. 사측의 노조 방해 공작은 투표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이 노조 설립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시가총액 세계 5위인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악명 높다. 베서머 물류센터의 한 직원이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폭로한 실상은 충격적이다. 직원들에겐 10시간 교대근무 동안 30분씩 두 차례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엘리베이터는 상품용이라 직원은 이용할 수 없다. 작업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질책받거나 해고된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 폭로는 이어졌다. 뉴저지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아마존은 우리 등을 밟고 제국을 건설했다”고 했다. 직원들을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의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내가 일하는 곳의 기계는 번아웃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다”고도 했다. 기계보다 못한 대접에 대한 불만 표시다.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데도 직원 보호에 무신경한 회사 측의 태도도 한몫했다. 아마존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증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덩달아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부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것도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베이조스는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 그는 지난 7월 첫 우주비행을 다녀온 뒤 “아마존 모든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한다. 이들이 모든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노동계의 분노를 샀다.

아마존과 스타벅스의 잇단 쾌거는 상징하는 바가 있다. 노조운동에 대한 관심 고조다. 2020년 1월 기준 미국의 노조 조직률(10.8%)은 여전히 낮다. 약 20년 전(21.1%)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 노조 지지율(68%)은 1965년(71%) 이래 가장 높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존 로건 교수는 노조에 대한 언론의 호의적인 태도와 시민들의 관심 고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서머 물류센터 노조 추진 소식과 아마존의 노조 방해 행태는 비중 있게 다뤄졌다. 노동위 결정도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 AL닷컴은 “아마존이 자유롭고 공정한 노조 선거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베이조스가 소유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조차 “노동위 재투표 요구는 노조의 승리”라고 했다.

노조운동에 대한 인식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베서머 물류센터의 재투표가 가결된다면 파급효과는 지대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아마존의 노조 방해 공작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노조 설립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교섭권 쟁취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노조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코로나19가 낳은 고용과 노동환경 변화도 변수다. 그럼에도 아마존 직원의 도전이 계속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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