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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학자였던 벨 훅스가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향년 69세.

생전 고인이 강의했던 베리아 대학은 15일(현지시간) “탁월한 작가, 공적인 지식인이며 미국의 주요한 페미니스트 학자”였던 훅스가 켄터키주 베리아 자택에서 세상을 떴다고 전했다.

벨 훅스. 유족 제공

벨 훅스. 유족 제공

훅스는 미국 남부 켄터키주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글로리아 진 왓킨스다. 벨 훅스는 외증조모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이다. 대문자 없이 소문자로만 필명을 썼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강조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훅스는 UC 산타크루스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 예일대, 뉴욕시립대 등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생전 수십권의 책을 내며 왕성한 필력을 자랑했다. 에세이, 시, 어린이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1981년 출간된 <나는 여자가 아닌가: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올 어바웃 러브> <사랑은 사치일까> 등 다수의 책이 번역돼 있다.

흑인 페미니스트로서 훅스는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에 반대하며 인종·계급·젠더·지역을 초월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페미니즘을 주장했다. 첨예한 이론가이면서도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페미니즘이 ‘남성혐오운동’이 아니라,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은 특정 성별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훅스는 인종, 젠더, 계급이 긴밀하게 엮여 있다고 봤기에 “페미니즘을 다른 투쟁들과 분리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출간된 훅스의 책 <나는 여성이 아닌가: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은 흑인·노동자 계급 여성들의 경험을 페미니즘 내부에 ‘들리게’ 한 기념비적인 책이었다. 훅스는 한국 독자들에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도 유명하다.

1981년 출간된 훅스의 책 <나는 여성이 아닌가: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은 흑인·노동자 계급 여성들의 경험을 페미니즘 내부에 ‘들리게’ 한 기념비적인 책이었다. 훅스는 한국 독자들에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도 유명하다.

훅스는 불평등, 인종차별, 성차별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랑’을 꼽았다. 그에게 사랑은 ‘수행’이었다. 사랑은 아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었다. 훅스의 사랑은 물신주의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안티테제였으며, 인간 내부의 ‘신성한 정신’에 맞닿은 개념이었다.

예일대 재학 당시 훅스의 학생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씨는 뉴욕타임스에 “그는 어떻게 해야 세계인으로 독서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가디언에 “벨 훅스는 놀라운 용기와 깊은 지성을 보여줬다”며 “훅스가 자신의 언어와 힘을 찾아가는 과정은 다른 이들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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