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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영 "7년 만에 돌아온 '레베카'… 초연 땐 이렇게 흥행할 줄 몰랐죠"

  •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매 시즌 공연될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뮤지컬 <레베카>. 지난 11월 개막한 이번 여섯 번째 시즌에는 유독 반가운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레베카> 국내 초연에 출연했던 배우 임혜영인데요. 2014년 재연을 마지막으로 <레베카>를 잠시 떠났던 그가 7년 만에 돌아와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임혜영이 맡은 배역은 ‘나(I)’. 이름도 없지만 극의 주인공이자 내레이터입니다. 평범하고 소심한 ‘나’는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신사 ‘막심’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대저택 맨덜리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맨덜리는 막심의 죽은 전처 레베카의 그림자로 가득한데요. 아름답고 완벽했다던 레베카와 비교당하며 주눅 들어가던 ‘나’. 그러나 어느 날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임혜영과 ‘나’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2009년 TV 공개 오디션을 통해 118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주인공을 따내며 주목받기 시작한 임혜영의 이력은 하루아침에 맨덜리의 안주인이 된 ‘나’의 모습과도 겹쳐 보입니다. 그러나 ‘신데렐라’라는 쉬운 수식어 이면에 더 많은 모습이 숨어있다는 점 역시, 두 사람은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임혜영이 말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지 참 궁금해졌는데요. 12월의 어느 날, 임혜영과 나눈 <레베카> 이야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레베카> 초·재연 이후 7년 만에 돌아왔어요. 예전에 비해 연기가 더 깊고 성숙해진 것 같던데요.

다시 돌아오는 건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컸어요. 7년 동안 사람도 변하잖아요. 그런데 ‘나’라는 캐릭터가 성숙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순수하고 성장해가는 캐릭터잖아요. 제가 지금 ‘나’를 하기엔 너무 성숙한 게 아닌가 고민이 됐어요.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순수함을 찾아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내 상태에서의 순수함이란 뭘까 많이 생각했죠. 그런데 좋은 점은 2막이 더 편해졌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2막에서 굉장히 애를 썼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해결되는 부분이 많아요.

초연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잖아요.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그런데 초연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배우들은 이 작품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당시엔 이런 장르도 생소했고, 음악도 반복이 너무 많은 것 같았거든요. ‘이거 괜찮은 걸까?’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첫 공연 날 관객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정말 신기했어요. 지금은 <지킬앤하이드>만큼 유명한 작품이 됐잖아요. 초연에 참가했던 배우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뮤지컬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나’ 역할이 ‘티 안 나게 어려운 역할’이라면서요. 임혜영 배우에겐 어땠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계속 나와 있는 것부터 굉장히 어려워요. 그리고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극이잖아요. 전체적인 그림을 다 보고 많은 계산을 해야 해요. ‘나’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극이 될 수도 있거든요. 노래도 티 안 나게 어려워요. 냅다 지르는 부분은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꾹꾹 누르며 가져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은 넘버 ‘레베카’만 기억하시니까, ‘나’ 역의 배우들은 서운하기도 해요. (웃음)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해요. 원작이나 영화를 참고하기도 했나요?

초연 때는 책도 읽고 영화(1940)도 봤어요. 최근엔 넷플릭스에서 새로 나온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제가 예전에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했어요. 예전 공연 실황을 들어보기도 하고요.

‘나’를 연기할 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위적이거나 과하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뒀어요. 보통 배우가 10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 10을 다 내뿜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절제하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역할에 어울리는 몸짓이 나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두렵거나 불안할 때는 자꾸 손톱을 만져요. 어깨도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걷죠. 반면 2막에서는 절대 그런 동작을 하지 않아요. 시선도 아래로 두지 않고요.

뮤지컬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2막에서 성장한 ‘나’와 댄버스의 관계가 역전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은 그 장면에서 갈등이 됐어요. 그 장면에서 통쾌함을 원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걸 알거든요. 정말 단순하게 전세 역전처럼 세게 표현하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게 아니거든요.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한 거잖아요. ‘나’는 그걸 안쓰러운 시각으로 바라봐요. 댄버스 부인에게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그만해도 돼.’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장면이 끝나고 마음이 아파요. 옷을 입을 때 한숨을 한 번 쉬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외롭게 컸지만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보통 사랑을 받아봐야 줄 줄도 안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런 것 같아요. 결국엔 댄버스도 사랑한 거죠. 댄버스의 잘못된 사랑을 보고 같이 마음 아파해요. 어떻게 보면 대인배예요. (웃음) 그래서 ‘나’는 반호퍼 부인도 사랑해요. 반호퍼 부인이 설탕을 많이 먹을 때 옆에서 ‘아, 안 되는데.’ 하면서 꼼지락거리거든요.

두 명의 댄버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요. 각 댄버스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옥)주현 언니는 큰 반달곰 같아요. 곰들도 사실 되게 무섭잖아요. 곰이 화났을 때 같은 느낌? (신)영숙 언니는 치타처럼 날쌘 느낌이에요.

뮤지컬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EMK뮤지컬컴퍼니

그럼 막심 역의 네 배우는 어때요?

에녹 오빠는 초연 때 잭 파벨 역을 했는데, 그땐 정말 얄미웠어요. (웃음) 오빠의 막심은 나무 같아요. 한자리에 오래 우직하게 서있는데, 그 안에 슬픔과 아픔이 있는 느낌이에요. (민)영기 오빠는 웃을 때도 그렇고 평소에 소년미가 있는데, 그 안에 생각지 못한 아픔이 있어요. 반면 (김)준현 오빠는 그 아픔이 딱 보이는 느낌이에요. 영기 오빠가 암막 커튼이라면 준현 오빠는 안이 비치는 하얀 커튼 같아요. (이)장우 씨는 눈빛이 많은 얘기를 해줘요. 우수에 찬 깊은 눈에 아픔과 묘함이 다 들어있죠.

<레베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뭔가요?

프랭크의 ‘별빛 같은 한 사람’이요. 다들 ‘나’에게 화내고 무섭게 구는데 프랭크만큼은 따뜻하게 대해주잖아요. 임정모 배우가 무섭고 날카로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섬세하고 착해요. 프랭크로서 그 노래를 불러줄 때 눈이 정말 따뜻해서 보고 있으면 행복해요.

<레베카> 공연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초연 때 재밌는 추억이 많아요. 매 공연 객석이 꽉꽉 차니까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았거든요. 당시 막심 역을 했던 유준상 오빠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고요.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막심은 객석을 등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직전 장면에서 준상 오빠가 다른 배우들이랑 재밌는 일이 많았나 봐요. 항상 대사는 화를 내고 있는데 얼굴을 보면 웃고 있었어요. (웃음) MT도 가서 새벽까지 게임하고 놀았어요. 그때 류정한 오빠가 이상한 꺾기 춤을 췄는데 너무 귀여우셨죠. 상상이 되세요, 류정한의 춤? (웃음)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배우들끼리 같이 어울릴 시간이 거의 없어서 아쉬워요.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예전 출연작을 보면, 임혜영이란 배우에게 관객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깨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것 같아요. 성악과 출신의 공주 같은 배우라는 이미지요. 최근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였을까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출연하진 않았어요. 어떤 역할인지, 상대 배역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임성한 작가님이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뮤지컬 배우 캐릭터에 실제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절 찾아주신 경우였거든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도 아닌 것 같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출연했어요. 워낙 강렬한 스토리를 많이 쓰는 작가님이시니까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배우인데 못할 역할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출연해 보니 어떻던가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공연할 때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가끔 공연 후기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나에게 임혜영은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남가빈이었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니 ‘나’ 그 자체였다.” 이런 후기도 봤거든요. 이런 게 매체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 뿌듯했어요.

앞으로도 매체와 무대를 병행할 계획인가요?

마음은 그러고 싶죠. 그게 계획한다고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주어진 것을 하나씩 잘 해나가고 싶어요.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10여 년 전 예능 <남자의 자격>으로 주목받았을 당시에는 매체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마음에 변화가 생긴 이유가 있나요?

그때는 무대가 더 좋기도 했고, 겁이 났어요. 저는 ‘깍두기’처럼 출연할 생각이었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반응이 오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관심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배가 불렀던 거죠. (웃음) 지금은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이래서 나이 드는 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시벨라 역을 인상 깊게 봤어요. 스스로 꼽는 임혜영의 ‘인생작’은 무엇인가요?

인터뷰할 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진짜 어려워요!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도 정말 좋아했고요. <드라큘라>의 미나와 <젠틀맨스 가이드>의 시벨라도 좋아요. 지금 하고 있는 <레베카>의 ‘나’도요. 이 캐릭터들이 마음에 참 많이 남는 아이들인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거 말고, 센 거요.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처럼요. 옛날에는 하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예 댄버스를 하는 건 어때요?

<레베카> 20주년 때 제가 댄버스를 해도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주현 언니, 영숙 언니가 코웃음치는 거 아니야? (웃음)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배우 임혜영|올댓아트 정다윤

이제 곧 2022년인데, 내년에 대한 계획이나 기대가 있다면?

옛날에는 내년에 대한 계획이 있었는데, 이젠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에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잖아요. 공연 중단도 몇 번 겪고 나니까 미래를 꿈꾸는 게 욕심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 그리고 <레베카>를 지역 투어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뮤지컬 <레베카>

2021.11.16 ~ 2022.2.27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20분)
8세 이상 관람가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이창용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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