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예수는 12월25일 태어나지 않았다

엄민용 기자

25일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에 가톨릭 예배의식을 뜻하는 말(mass)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이를 X-MAS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XPIΣTOΣ)의 첫 글자다. 크리스마스는 노엘(프랑스), 나탈레(이탈리아), 바이나흐텐(독일) 등 나라마다 부르는 말이 다르다.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은 좀 생뚱맞은 ‘기독탄신일’이다. 여기서 ‘기독’은 그리스도의 중국어식 음역어 ‘기리사독(基利斯督)’을 줄인 말이다. 더욱 생뚱맞은 것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석가탄신일’은 올라 있어도 ‘기독탄신일’은 없다는 점이다. 대신 거의 쓰이지 않는 ‘기독강탄절’과 ‘기독강탄제’는 있다.

이렇듯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가 12월25일이 아닌 나라도 많다. 러시아와 에티오피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는 1월7일이 크리스마스다. 우크라이나와 레바논 등 몇몇 나라는 1월7일과 12월25일 두 날 모두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날짜가 다른 것은 예수가 태어난 날을 모르기 때문이다. 성경 어디에도 예수가 태어난 날은 기록돼 있지 않다. 다만 당시 ‘목자들이 양 떼를 지키기 위해 밖에서 밤을 보냈다’는 대목은 나온다. 양들을 방목하는 때라는 소리다. 이를 근거로 예수가 10월 이전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스라엘 지역의 12월은 겨울철로, 양치기들은 10월 이전에 양 떼를 우리 안으로 옮겨 겨울을 보내기 때문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1월1·6일, 3월21·27일, 12월15일 등 다양한 날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러다 로마 교황 율리우스 1세(재위 337~352) 때 12월25일을 크리스마스로 통일하게 됐고, 그것이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다. 또 당시에는 하루를 전날 일몰 때부터 다음날 일몰 때까지로 삼았다. 따라서 24일 저녁부터 25일 저녁까지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eve)가 바로 이브닝(evening)이다.


Today`s HOT
시드니 풋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호주 선수들 아름다운 선행, 구조 대원들에 의해 살아난 동물들 페르시아 새해를 앞두고 이란에서 즐기는 불꽃 축제 베르크하임 농장에서의 어느 한가로운 날
북마케도니아 클럽 화재, 추모하는 사람들 밤새 내린 폭우, 말라가주에 목격되는 피해 현장
산불이 일어난 후 쑥대밭이 된 미 오클라호마 동물원에서 엄마 곰의 사랑을 받는 아기 곰 '미카'
가자지구에서 이프타르를 준비하는 사람들 최소 6명 사망, 온두라스 로탄에 비행기 추락 사건 220명 사망, 휴전 협상 교착 상태서 공습 당한 가자지구 케냐를 국빈 방문한 네덜란드 국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