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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면

마녀라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의 화형식을 그린 삽화. 위키피디아

마녀라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의 화형식을 그린 삽화. 위키피디아

매부리코와 주걱턱, 짙은 눈썹과 거무스름한 피부, 뾰족한 손톱 등 기이한 외모를 지닌 노파. 때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동물로도 변신하는 등 갖가지 요술을 부린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서양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이미지다. 가끔 선한 마녀도 있지만, 주인공을 함정에 빠뜨리는 나쁜 마녀가 훨씬 많이 나온다. 하지만 마녀는 당초 사악한 존재나 이미지가 아니었다. 출산이나 질병 치료 등을 하고, 점을 치는 등 주술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중세를 거치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화됐다. 마녀는 사탄과의 계약을 통해 하수인이 되는 대신 신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여기에 악마와 음행을 하면서 신앙을 해치는 나쁜 존재로 낙인찍힌 것이다.

14~17세기 유럽에서 신학자·철학자들이 기독교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수많은 사람을 마녀로 몰았다. 6만~10만명이 마녀로 몰려 온갖 고문 끝에 화형에 처해졌다. 마녀의 표식을 찾는다며 발가벗기거나 마녀인지 아닌지를 가려낸다며 물속에 산 채로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녀사냥 의식은 지배층이 종교전쟁과 페스트 등 전염병 창궐, 기근 등으로 커진 민중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정치 쇼라는 분석도 있다. 마녀로 몰린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나 부모 없는 아이 등 사회적 약자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마녀사냥은 유럽 전역에서 벌어졌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유난히 심했다. 중세 이후 변형된 마녀에 대한 이미지가 종교개혁 후 스코틀랜드에서 크게 수용된 결과로 추정된다. 1563년 마녀법이 제정돼 173년간 시행되는 동안 이 법으로 기소된 3837명 중 3분의 2가량이 처형됐다고 전해진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마녀사냥 피해자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의회 다수당인 국민당과 정부가 마녀사냥 피해자들의 유죄 기록을 없애는 법안에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마녀사냥 피해자를 사면했다. 지금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성하는 등 현대판 마녀사냥은 엄존한다. 그 광기를 가려내는 집단의 합리성과 지성이 필요하다. 시민의 축제인 대선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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