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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작가의 악몽,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이 되다… '프랑켄슈타인' TMI

  • 올댓아트 임승은 인턴

초록색 피부와 머리에 박혀진 나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의 모습입니다. 기괴한 외형이 눈에 띄는 이 캐릭터는 책과 영화, 심지어 오늘날의 대중가요 가사에도 여러 번 언급되는데요. 2014년에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의 창작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서울 충무아트홀 초연 당시,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완성도 높은 대형 창작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죠.

그리고 2021년 11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네 번째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기존 캐스트로 활약했던 배우 민우혁, 전동석, 박은태, 카이, 서지영은 물론, 배우 규현, 정택운, 해나, 이봄소리, 김지우 등의 새로운 캐스트가 합류하며 더욱 화려한 무대를 예고했습니다.

[올댓아트 뮤지컬] 19세 작가의 악몽,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이 되다… '프랑켄슈타인' TMI

뮤지컬은 19세기 유럽의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와 함께,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앙리는 살인죄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빅터는 죽은 앙리의 시체를 사용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만들어진 피조물은 홀연히 사라져버리죠. 그로부터 3년 후, 세상으로부터 잔인한 대우를 받았던 피조물이 빅터 앞에 돌아와 잔인한 복수를 예고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영국 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그런데 원작 소설 <프랑켄슈타인>에도 뮤지컬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뒷이야기가 있다는데요. 오늘은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프랑켄슈타인>의 TMI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폭풍우 치던 밤, 별장에서 일어난 괴담 이벤트

원작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등장하게 된 계기부터 남다릅니다. 1816년, 당시 19살이던 작가 메리 셸리는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의 일행들과 스위스를 여행 중이었는데요. 이들은 폭풍우가 치자, 급하게 별장으로 모이게 됩니다.

창밖으로는 쉴 새 없이 비가 내리고,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다섯 사람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바로 각자가 만들어낸 괴담을 공유하는 것이죠. 그렇게 이들은 서로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메리, 딱 한 사람만 빼고요.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그는 결국 입을 떼지 못한 채, 자신의 차례를 양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괴담을 고민하느라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메리 셸리는 악몽을 꾸게 됩니다.

“저는 보았어요. 불경한 재주를 가진 창백한 학자가 자신이 조합한 생물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사지를 뻗고 누워있는 끔찍한 남자의 환영을 보았어요. 그리고 어떤 장치를 작동시키자, 살아있는 기색을 보이더니 어색하게 꿈틀거렸어요. 끔찍했어요.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불가사의한 기술을 흉내 내려고 인간이 시도한 결과는 소름 끼쳤어요. 학자는 자신의 성공에 간담이 서늘해졌고... 공포에 사로잡혀 눈앞에 있는 소름 끼치는 생물로부터 도망쳤어요. 저는 끔찍한 망상을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었죠. 끊임없이 저를 따라다녔어요.” (출처: 조한선,『프랑켄슈타인』에 나타난 출산 모티프, 현대영어영문학 56권2호)

악몽에서 깨어난 메리는 이를 토대로 2년간 소설 집필을 시작합니다. 이후 1818년, 그는 익명으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세상에 공개했는데요. 해당 작품은 후대에 들어 공포소설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시대와 국가를 막론한 명작으로 크게 사랑받았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작가 메리 셸리의 삶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인생이 현실에 있을 수 있냐고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메리 셸리의 초상화|Wikipedia

메리 셸리의 초상화|Wikipedia

1797년, 메리 셸리는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지식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여권 운동가이자 급진 사상가로, 최초의 페미니즘 저서 <여성의 권리 옹호>를 펴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였습니다. 아버지 역시 자유주의자이자 급진 사상가였던 윌리엄 고드윈이었고요.

그러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출산 11일 뒤 감염으로 사망해버립니다. 이후 메리는 부친의 손에 자라지만, 새어머니의 차별 대우로 인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을 구상하던 시기에는 아버지와 의절하기까지에 이릅니다.

그의 불행은 연이어 이어졌는데요. 그가 낳은 다섯 아이 중 네 아이가 어린 나이에 사망했고, 이복 여동생과 남편의 전 부인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남편마저 사고로 사망하는데요. 이처럼 고통스러웠던 그의 삶은 <프랑켄슈타인>에 깊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2021 뮤지컬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202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메리 셸리는 소설 속의 ‘괴물’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괴물의 고독한 탄생은 어머니를 잃은 그의 외로운 출생과 맞닿아 있죠. 뿐만 아니라, 지식인 여성이 가져야만 했던 소외감과 분노는 괴물이 처한 상황에 빗대어 표현됐습니다. 기괴한 외형 때문에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한 피조물의 아픔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권리를 얻지 못했던 그의 상처와 비슷하고요. 아이와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는 그의 죄책감도 괴물의 처절한 슬픔과 닮아 있습니다.

최초의 SF 문학으로 자리잡기까지

<프랑켄슈타인>의 저자가 어린 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평단에서는 메리 셸리를 향해 엄청난 악평을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어린 여성의 기괴한 상상력”,“여성이 이토록 끔찍한 소설을 썼을 리 없다” 등의 무차별한 비난들이었는데요. 이처럼 <프랑켄슈타인>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 절하 당하며 작품성과 파급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은 SF 문학(미래 과학의 발전과 운명을 예상해 소설화한 과학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SF 문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던 사람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집필한 프랑스의 J. 베른이었는데요. <프랑켄슈타인>은 그보다 무려 49년 전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메리 셸리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작가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2021 뮤지컬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202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메리 셸리는 1831년 개정본 서문에 갈바니즘(죽은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 충격을 가하면 근육 수축으로 인해 경련을 일으키는 현상)을 언급합니다. 해당 이론은 작품 속 빅터가 새 생명을 창조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이론의 수준 또한 어마어마한 편입니다. 과학적인 설득력은 물론,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는 완전한 형태의 SF 문학을 선보입니다.

후대에 조명 받은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재생산되기도 했습니다. 1910년 발명가 에디슨이 제작한 초창기 영화 중 하나였고, 1931년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영화화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중매체에서 자주 묘사되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모습,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전형적인 캐릭터 유형을 탄생시키기도 했고요.

‘프랑켄슈타인’ 이름의 주인은 따로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보신 분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의 창조자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죠. 원작에서도 괴물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고, 주로 ‘크리처(피조물)’이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어쩌다가 과학자와 괴물의 이름이 뒤바뀌었냐고요? 큰 이유는 없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해당 이름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졌을 뿐이죠. 원작의 유명세에 비해 등장인물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요.

2021 뮤지컬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202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프랑켄슈타인>을 향한 대중들의 ‘웃픈’ 오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머릿속으로 ‘괴물’을 떠올리면, 대부분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요? 하지만 원작 속 괴물의 모습은 정반대입니다. 독학으로 언어를 깨우치고, 다양한 학문에 능통한 모습으로 등장하거든요.

대중들에게 익숙한 괴물의 이미지는 20세기 초 영화들로부터 구축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31년 개봉한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인데요. 영화 속 괴물은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철학적인 면모가 돋보이던 작중 괴물의 특징은 모두 사라진 채 말입니다. 당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며, 대중들에게 <프랑켄슈타인>을 널리 알렸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괴물의 모습에 대한 오해를 심어주긴 했지만 말입니다.

2021 뮤지컬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202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뉴컨텐츠컴퍼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새롭게 각색했습니다. 특히 빅터의 조력자인 앙리의 비중이 커졌는데요. 절친인 앙리의 시체를 사용해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점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빅터와 앙리의 브로맨스, 그리고 괴물의 잔인한 복수 과정이 주된 이야기를 이룹니다. 이러한 각색은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죠.

<프랑켄슈타인>은 대형 뮤지컬이니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가 인상 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배우들의 소름 돋는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죠. 2021년 11월 24일에 개막한 <프랑켄슈타인>은 2022년 2월 2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21.11.24 ~ 2022.2.20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시간 175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정택운,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이희정, 서현철, 김대종, 이정수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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