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극빈층은 자유 모른다’더니 민주화운동도 폄훼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극빈층 폄훼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윤 후보는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드려야 한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극빈층을 폄훼할 의도는 없는 ‘실언’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발언이다.

문제는 윤 후보의 실언이 처음이 아니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향후 미래에 휴대전화 앱으로 구직 정보를 얻을 때가 온다”고 했다. IT업계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발언이다. 앱으로 구직정보를 얻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실언은 윤 후보가 23일 광주에서 한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윤 후보는 이날 “80년대 민주화운동 하신 분들이 많지만, 그 민주화운동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운동 전체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자 폄훼이다. 윤 후보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무엇이며, 그 정신에 따르지 않은 민주화운동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윤 후보는 외부에서 수입된 이념으로 남미의 ‘종속이론’과 주사파의 주체사상을 예시했는데, 80년대 당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북한과 연계되었다는 억지 혐의로 고통을 당했는지 모른단 말인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지역에서 색깔론을 부추긴 윤 후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힘 정강에도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한 것에 비추면, ‘무지’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대선 후보의 발언은 곧 그의 인식과 사유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윤 후보의 잇단 실언과 부적절한 발언은 단순한 준비 부족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정치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윤 후보는 이제 정치신인이라는 이유로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대선 후보 신분이다. 이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외교안보 석상에서 말실수를 하면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렵다. 윤 후보는 비전과 정책에 앞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그를 실현할 소양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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