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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靑眼白眼]‘그런 사람들’ 변호하기

입력 2021.12.27 03:00

수정 2021.12.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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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변호할 수 있습니까?” 여기에서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 범죄자들이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변호사들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사회 일반의 지인들로부터 늘 이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하도 그런 일이 잦다 보니 형사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를 ‘그 질문’이라고 통칭한다. 애비 스미스 등이 편찬한 책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변호할 수 있습니까?>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흉악범은 물론이고 죄질이 나쁜 이런저런 범죄의 혐의로 누군가가 수사나 재판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 어쩔 수 없이 혐오감이 일어난다. 무죄추정원칙은 그야말로 원칙일 뿐 감정은 다른 문제다. 한편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도 규범일 뿐 ‘질 나쁜 의뢰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에게는 의심의 눈길이 끊이지 않는다. 저런 인간을 변호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까, 돈이 그렇게 좋고 이름 내기가 그렇게 중할까 하면서. 이런 인식이 확대되면, 과거에 대기업 경영주를 변호하였거나 탄핵심판 절차에서 피청구인을 변호한 전력이 있는 변호사의 공직 취임까지 문제 삼게 된다.

‘그 질문’은 변호사윤리에서 고전적 논제다. 유럽연합이나 일본의 변호사윤리규정에서는 우리나라의 윤리장전에서와 같은 규정이 없고, 미국도 변호사행위모범규칙에서 법원이 선임한 변호사의 경우 특칙을 둔 것을 제외하고는 그런 규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는 사회적 비난을 받는 사건의 수임을 어렵지 않게 거절할 방도가 있다. 바쁘다거나 보수 등 수임 조건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를 대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수임 거절이 아니라 수임한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난다.

심정적으로 찜찜하다고 해서
흉악범 변호는 비난할 일 아니다
법치주의를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재명의 ‘조카 변론’도 그렇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형사사건의 의뢰인이 혐의를 받는 사실은 대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들이고 그중엔 질이 아주 나쁜 것도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건은 유죄 판결로 끝난다. 그러나 무죄추정원칙은 문명국의 형사사법제도가 채택하고 있는 기본틀이다. 또 형사소송은 심판관, 소추관, 변호인의 역할을 따로 정한 대립당사자주의를 택하고 있고, 이들은 각자 주어진 영역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기도 전에 개인적 선호나 신념에 따라 의뢰인의 죄책을 판단하는 것은 판사의 역할을 자임하거나 검사 흉내를 내는 것이며 일종의 월권이다. 형사사건에서 적어도 이론적으로 변호사는 의뢰인을 백지 상태로 보는 전제에서 사건을 수행해야 한다. 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다. 나나 내 가족은 평생 형사범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을 일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어느 날 변호사가 사회적 비난을 두려워하여 내가 합당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다면, 남도 그 꼴을 당하지 않게 해야 옳다. 흉악범이라고 해서 변호사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도 아니다. 한발 물러서서 볼 때 의뢰인이나 혐의사실의 악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사건에서 존재한다. ‘역할 구분론’은 변호사의 개인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의 작용 영역을 나누어 보아 직업적 딜레마를 구원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이 조카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수임하고 더욱이 변론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죄책을 면하게 하려고 했다는 사실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변협은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강력범죄자를 변호한 활동 자체를 이유로 윤리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폄훼하거나 인신공격적 비난에 나아가는 것은 헌법 정신과 제도적 장치의 취지에 기본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요지의 논평을 냈다. 물론 이 후보가 문제의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지칭한 것이나 과거에 “국민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분노한다”고 발언하여 스스로의 변론 활동과 모순된 언동을 보였던 사실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논평의 원칙론은 받아들여 마땅하다.

미국의 여러 법조윤리 문헌은 단두대로 향하기 앞서 국가반역죄로 기소된 루이 16세, 보스턴 학살사건의 영국군 병사, 나치 전범, 참혹한 혐오범죄를 저지른 KKK 단원,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 90건의 연쇄살인을 자백한 범인 등을 맡아 열심히 변호한 변호사들의 행동을 직업적 양심에 따른 사례로 들고 있다. 모두 정당하다는 것이다. 심정적으로 찜찜하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을 변호한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명사회의 법치주의와 법제도를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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