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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공허한 ‘탄소중립’, 시민이 지켜본다

입력 2021.12.28 03:00

수정 2021.12.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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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지자체의 공허한 ‘탄소중립’, 시민이 지켜본다

2020년 6월5일 환경의날을 맞이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비상선언’에 동참했다. 이 비상선언은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계획을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라는 선전이 무색할 정도로 2021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2021년 5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이 다시 이어졌을 뿐이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짐작컨대 비상선언은 심각한 재난상황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신속하게 판단하고 정책을 집행할 단체장 직속 부서를 만드는 일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이 에너지만이 아니라 산업, 교통, 주거, 먹거리, 폐기물 등에 미치는데, 지금도 여전한 칸막이 행정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이자 결정권자인 단체장이 직접 관장하는 통제소가 세워져야 하고, 2050년까지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니 임시조직(TF)이 아니라 강력한 정규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직제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지방정부의 상황은 전혀 비상이 아니다.

2022년에는 좀 달라질까? 당장 내가 사는 지자체의 2022년 본예산을 보면 환경과의 예산에도 기후 관련 사업이 없다. 기후 관련 사업이 있는 곳은 본청이 아니라 직속기관인 농업기술센터이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 할 농촌의 지방정부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광역자치단체인 충청북도는 좀 다를까? 기후대기과의 2022년 예산이 2021년보다 446억원 늘어 약 1888억원이지만 5조5000억원인 전체 예산의 3.4%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어떤 시급함을 찾긴 어렵다. 그리고 기후대기과 예산 중 1625억원은 수소차, 전기차 지원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예산이다. 다른 지자체들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전담부서나 사업예산 없이 누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까?

올해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이 일부 개정되어 202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결산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그 전망은 밝지 않다. 2013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성인지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지만 성별 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을 구현한다는 예산활동의 목표는 유명무실해졌고 각 부서가 적어 내는 성별영향평가서는 형식적이다. 관료조직의 경로의존성을 고려하면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지방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2022년도 예산 역시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이런 태도는 좋은 알리바이가 되고, 그러면서 위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비상선언이 선포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라 기후취약계층을 위한 대비도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에 따르면, 앞으로 극한고온 현상이 증가하고 폭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기후위기는 재난·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모두에게 동일한 피해가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더욱더 심한 피해를 입기 쉽다.

그런데 지방정부들이 준비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상쇄하기 위한 조치들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대비는 거의 없다. 폭염과 혹한, 순간 폭우가 심해질수록 농민과 건설노동자, 배달노동자 등은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에너지와 먹거리 가격이 높아지면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활이 흔들린다. 이런 기후불평등을 막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려면 정부 정책이 중요한데, 정부 정책은 사람보다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인데, 지금 대선 후보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거의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방선거라고 다를까? 그리고 말로는 공약을 하더라도, 4년마다 뽑는 선출직 정치인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한국의 관료조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지난 12월11일,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라는 단체가 발족했다. 답답한 시민들이 지방정부 예산 감시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사회 전환을 주도하겠다며 모였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자기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미래는 그렇게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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