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왜 우린 기계 앞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됐을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왜 우린 기계 앞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됐을까

입력 2021.12.30 03:00

수정 2021.12.30 03:05

펼치기/접기

얼마 전 식당들이 모두 닫은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샌드위치 무인 판매점을 발견했다. 들어서니 삼면으로 식품이 진열돼 있고, 카운터 자리에는 사람 대신 키오스크가 있었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전에 나보다 연배가 위인 여성과 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났다. 그는 집 앞에 이 가게가 생겼기에 들어가 보았지만 한참 둘러보다가 그냥 나왔다고 했다. 사람이 있어야 이것저것 물어보고 좋은 상품을 고르는데, 물어볼 수가 없는 게 답답했고 그래서 다신 가지 않았다고 했다. 과연 상품 이름으로 무엇이 들어간 샌드위치인 줄 대강은 알 수 있었지만, 불투명한 포장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매장만 오프라인에 있지, 온라인 쇼핑과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의 경험은 이렇다. 연출된 이미지를 보고 물건을 사고, 쓰면서 적당히 만족한다. 그러다 직접 써 보기 전엔 알 수 없던 부분을 발견하면 거기에 적당히 불만족한다. 불편을 그냥 견디거나, 남 주거나, 버리는 식으로 아쉬움을 ‘셀프’ 처리하는 것까지가 소비 경험의 당연한 일부였다.

한번은 동생이 유럽에서 전시를 보러 갔다가 앞에 선 다른 외국인 관람객이 티켓 창구 직원과 차근차근 소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걸 보고 인상 깊었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스에 깨알같이 적힌 안내 글씨들을 어깨 너머로 읽다가, 잘 모르겠어도 차례가 되면 적당히 티켓을 끊고 줄을 후다닥 벗어나는 걸 당연하게 여겼고, 그래서 우리에겐 키오스크와 사람이 구별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걸 세대 간 디지털 정보 격차로 설명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젊은 내가 키오스크를 쓸 줄 아는 것은 문제가 아니고, 노인이 키오스크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므로 노인이 키오스크에 적응하도록 젊은 사람이 도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엔 무언가 비었다. 우선은 기업의 무분별한 인건비 절감과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소비주의 문제가 다뤄져야 하고, 이런 논의 위에서 사람이 있어도 뭘 물어보지 못하는 쪽의 문제도 함께 조명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프랜차이즈를 편안해하고 소위 ‘골목 상권’이 무너지는 현상은 이와 무관할까?

할머니 유튜버 밀라논나는 ‘꼬시래기’라는 해초가 뭔지 몰라도 시장에서 물어서 사고, 해 먹는다. 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대신, 그녀가 녹화해 준 영상을 보고 배운다. 사람에게 물어보려 하면 늘 말문이 막혔다. 비싼 걸 권하지 않을까? 돈이 없다고 무시하지 않을까? 속이지 않을까? 이런 물음표들이 마음속을 떠다녔다. 내게는 누구나 적절한 물건을 정직한 설명을 듣고 각자의 상황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없었고, 이 사회엔 그 신뢰를 만들 만한 기반이 부재한 듯하다. 사회 구조의 문제는 늘 더 취약한 쪽을 파고들어 치명상을 입힌다.

왜 우리는 기계 앞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되었을까? 사소한 고립의 순간들은 우리의 삶을 어디로 데려갈까? 크고 작은 격차들이 우리의 연결을 끊어내고 있다. 이 문제는 보다 다각도로 조명될 필요가 있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