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년사

김진욱 공수처장 “일거수일투족 주목받아 ‘호시우행’ 필요”

입력 2021.12.31 16:35

수정 2021.12.31 16:39

허진무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신자료 조회 자료를 보이며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022년 새해 신년사에서 “공수처는 작은 조직이지만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고 수사를 포함해 주요 활동이 반향을 일으키켜 되돌아오는 상황에 있다”며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정말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고대 로마의 라틴어 속담으로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뜻의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와 ‘호랑이의 눈으로 소처럼 걷는다’라는 사자성어 ‘호시우행’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기자, 법조인, 정치인 등 100여명의 통신자료를 저인망식으로 조회해 ‘언론 사찰’ 논란이 벌어진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에 대해서는 법원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조회한 정황이 있어 공수처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의 취재원을 색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처장은 “공수처는 공수처장의 취임과 함께 2021년 1월21일 출범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10월 말에서야 나머지 검사와 수사관이 임명돼 이제 진용을 갖추고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라며 “신규로 인력을 선발하고 규정을 새로 만들고 나름의 수사 시스템을 정립하는 가운데 중요 사건들의 수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한 여러 사건 수사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신생 수사기관’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 처장은 “국민께서는 단지 법에 어긋난 점이 없는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적절하고 적정했는지의 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다”며 “국민의 공복인 우리의 시선은 주권자이신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므로, 수사나 공소 제기같은 중요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인권 침해나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문자답하면서 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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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자임하며 출범했지만 인권의식이 부족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는 ‘언론 사찰’ 논란에 지난 24일 입장문에서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김 처장은 엿새 뒤 국회에 출석해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 검찰과 경찰도 조회했는데 왜 공수처만 갖고 사찰이라 하느냐”고 항변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조사 출석을 미루자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체포영장을 기각당하자 구속영장을 청구해 또 기각당했다. 손 검사의 출석을 끌어내려고 영장을 청구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