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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시 ‘인간’의 힘을 믿는다

입력 2022.01.06 03:00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소망과 다짐의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희망만을 얘기하긴 힘든 새해다. 그 바탕엔 3년차에 접어드는 코로나19 상황이 있다. 지난해 이 무렵에도 코로나는 주요 뉴스였다. 길어지는 거리 두기에 따른 피로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부러움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2월 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는 집단면역 시점과 탈코로나의 희망도 솟아났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코로나가 끝날 것이라 섣불리 기대하지 않는다. 감염병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더해진다. 지난 2년간 일어났던 일들이 생각나지도 않고, 언제 일이었는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힘든 나날이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코로나 2년은 사회 일부,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통과 짐을 떠넘긴 시간이었다. 초기엔 의료진과 택배, 돌봄 노동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덕분에 캠페인’,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며 고통을 함께 넘자는 연대의 움직임이 넘쳤지만, 이 같은 훈훈함은 시간이 갈수록 잦아들었다. 지난 2년간 나아진 건 없는 대신,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확해졌다. 공공의료 등 공적자원의 부재 속에 교육과 의료, 일자리, 소득, 자산, 돌봄, 기회 등 각종 자원의 양극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해결된 건 없다. 아니, 해결의 실마리조차 끌어내지 못했다. 코로나 초기 열띤 토론이 이어졌던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대한 논의는 싸늘하게 식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지속 가능한 구조로의 변화 요구들이 묻혀버린 사회에서, 남은 건 체념과 냉소다.

몇 주 전 미디어 비평 매체 미디어오늘의 ‘위드 코로나 앞다퉈 재촉하던 언론은 책임 없나’라는 기사를 뼈아프게 읽었다. 정부보다 앞서 접종률 높은 해외 사례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들어 위드 코로나를 불지피며 방역완화를 재촉했던 언론이 열흘 만에 병상포화, 의료붕괴가 다가오자 갑자기 돌변해 방역당국 비판에 가세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허술한 병상 확보 계획에 대해선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았던 일관성 없는 언론 전반의 태도를 유체이탈에 비유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마땅히 가져야 할 의구심, 해야 할 질문과 확인, 검증 과정이 빠진 언론의 실패는 사회의 실패로 이어진다.

의료뿐 아니다. 신문을 펼치면 부동산, 교육, 일자리, 돌봄, 환경 등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되는 문제가 산더미이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솔루션 저널리즘’(문제해결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점뿐 아니라 해결 방법까지 함께 제시하는 보도 방식이다. 2013년 뉴욕타임스 출신 언론인들이 설립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SJN)를 중심으로 가치와 효용성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해결 저널리즘>의 저자 이정환은 “세상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를 얘기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새해에 경향신문 후마니타스 연구소장과 논설위원을 겸하게 됐다. 2014년 문을 연 후마니타스 연구소는 지향점을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일”이라 밝혔다. 연구소가 후마니타스를 앞세운 것은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뜻”이었다. 그리스 철학자들의 ‘인간 탐구’ 전통에 연원을 두고 있는 후마니타스는 한국 사회엔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 신자유주의 유입에 따른 물신주의, 무한경쟁, 인명경시 등 반인간주의 확산의 대항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반인간주의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인간애, 인간존중의 회복은 갈수록 더욱 무거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후마니타스 연구소에서 기존 인문강좌의 바탕 위에 추가하고 싶은 한 가지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엔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정치와 언론이, 사회 각종 제도와 시스템이 안도감을, 희망을 주지 못할 때, 나와 동료시민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펼치고 싶다. 냉소를 부르는 거대 담론이 아닌, 상식적인 의문점들을 묻고 또 물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하는 뜨거운 공론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새해, 다시 새롭게, 인간존중과 연대, 공감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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