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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대통령 선거의 기준

입력 2022.01.07 03:00

인권이란 말은 애초부터 한반도엔 없던 말이다. 기록문화대국이던 조선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인권이란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인권이란 말은 일본 사람들이 번역한 말을 그대로 수입해 쓰는 거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 단어 right를 권리(權利)라 옮겼지만, 썩 좋은 번역은 아니다. 권력(權力), 권세(權勢) 모두 같은 권(權)자를 쓰기에 오해가 적지 않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맘대로 뭐든 해도 될 권리 같은 것은 애초에 없는데도 오해하는 사람이 곧잘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인권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인권 개념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삼국유사가 전해주는 고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곧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도 인권이라 바꿔 불러도 무방할 거다. 기원전 2333년의 일로 전해진다. 기원전 1750년경 만들었다는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도 그 서문에 “왕과 권력자들이 약한 백성을 억압하지 않는다면, 태양은 모든 사람 위에 비춘다”라는 멋진 표현을 담고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억강부약의 정신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동태복수법도 그 이상의 잔혹한 보복은 금지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기원전 1100년경의 기자 조선의 팔조법금도 중요한 인권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살인, 상해, 절도법에 대한 처벌은 각각 생명권, 신체와 관련한 권리, 그리고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공동체의 의지를 담고 있다. 기원전 539년에 만든 페르시아의 키루스 실린더는 더 놀랍다. 노예 해방,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 지급, 차별과 억압 금지, 여러 민족의 종교와 전통 존중 등 지금도 여러 나라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인권 쟁점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가 비록 모조품이지만 키루스 실린더를 전시하는 것도 이런 인류의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게다.

그다음에도 1215년의 마그나 카르타. 1628년 권리청원, 1689년 권리장전 등의 역사를 거쳐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이르는 인권의 역사가 뒤따른다. 이뿐만 아니라 인권 개념은 흔히 접하는 동네 어른들의 말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난다”고 했던 경구에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인권의 역사는 방금 연도별로 살펴본 것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순탄하게 앞으로만 나아갔던 건 아니었다. 프랑스가 대혁명 이후에도 공화정-제정-왕정을 번갈아 겪었던 것처럼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는 어디서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성공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만 하더라도 때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권 상황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언제나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법집행조차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 기초질서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이상한 법률 ‘경범죄처벌법’만 하더라도 그렇다. 노무현 정권 마지막 해였던 2007년 10만3401건이던 단속 건수는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8년엔 30만7912건으로 3배나 늘었다. 세상이 갑자기 세 배나 무질서해진 게 아니라,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경찰이 무리한 때문이었다. 정권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비판이 이어지자 2012년에는 5만8002건으로 부쩍 줄었다.

주로 피해자가 경찰관인 공무집행방해죄도 그렇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한 해 동안 1565명을 구속했지만, 불과 3년 뒤에는 연간 577명으로 대폭 줄었다. 2.7배나 줄어든 까닭은 하나. 단지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률이 줄었다 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통계는 셀 수 없이 많다. 멀리서 보면 인권은 꾸준하게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기본인 형사처벌마저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단기간에 두세 배쯤의 차이는 간단하게 만들어 버린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따라 형사정책만 아니라 여러 국가정책이 이리저리 요동칠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그래서 권리라 불렀던 것들마저 돈을 내고 사야 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고, 거꾸로 새로운 권리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전적으로 주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언제나 그랬듯, 어떤 나라에 살 것인지는 그 나라의 주권자에 달려 있다. 때론 그 주권자가 왕이나 소수 귀족일 때도 있었고 국민 전체일 때도 있었지만, 나라의 운명이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은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인권의 역사도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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