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페미니즘은_청년의_목소리가_아니다
#빼앗긴_여성의_목소리를_되찾자
#우리는_여성혐오에_투표하지_않겠다
지난 5일 오후 9시가 되자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성유권자 단체인 ‘샤우트 아웃(SHOUT-OUT)’이 주최한 해시태그 총공(총공격의 줄임말)이 시작된 것이다. 트위터에 따르면 6일 오전 1시까지 약 4시간 동안 관련 해시태그를 담은 게시물 5500건 이상이 공유됐다.
샤우트 아웃은 앞서 지난달 12일 여의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여성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했다. 50여명의 여성이 참여한 당시 시위에서 이들은 “선거권을 얻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이 한 명의 유권자이자 국민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반페미니즘에 기반한 포퓰리즘 선거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집회와 해시태그 운동을 기획한 샤우트 아웃의 김주희씨(28)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달 넘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은 무응답”이라고 했다. 지난달 4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벌어진 이수정 교수 영입 반대 시위 주최 측이 집회 시작 10여분 만에 의원 면담을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김씨는 “한편으론 이런 무응답이 우리의 동력”이라고 했다.
김씨를 비롯한 여성들은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모두 페미니즘을 악마화하며, 여성 유권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다가 ‘페미 채널’이라는 일부 남초 사이트의 비판에 출연을 돌연 취소한 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대선 캠프에서 방출하며 ‘청년세대’에게 사과한 것 등이 반페미니즘 정서의 눈치를 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간호사인 김씨는 “샤우트 아웃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2030 여성 모임”이라고 했다. 지인 10여명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던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졌다고 했다. 전업 활동가는 물론 조직 체계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2018년 열린 ‘불편한 용기’ 시위 참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불편한 용기’는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시위 주체로, 당시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편파판결 규탄시위’를 이끌었다. 누적인원 30만명이 참여한 이 시위는 한국 여성운동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운동으로 기록됐다.
김씨는 “‘불편한 용기’ 시위로 인해 불법촬영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등 사회 변화가 있었다”며 “우리는 목소리를 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감각을 체득한 세대”라고 말했다. ‘익명의 여성’으로 존재했던 3년 전과 달리 실명과 직업 등을 밝힌 데 대해선 “익명으로 시위에 참여해 얻은 것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그만큼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이 절박한 입장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치권은 사회적 혐오를 활용해 권력을 얻으려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페미니즘을 사회악으로 규정할수록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여성들이 폭력과 범죄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층)’이 모두 반페미니즘 정서를 공유한다는 것도 과대표성 부여다. 탄압받기 쉬운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의 역할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이유진 기자 yjleee@khan.kr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과거를 어떻게 아는가? 사회적 약자는 언제나 과거에 살아야 하는 이들인가? 심지어 “나아졌다”는 주장은 누구의 기준에서인가.
— 플랫 (@flatflat38) December 2, 2021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고통을 경쟁하면서 약자에게 “당신들, 예전보다 나아졌잖아!”라고 분노하고 있다.https://t.co/CCoSp92g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