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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함’에 대하여

입력 2022.01.13 03:00

수정 2022.01.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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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미래] ‘생소함’에 대하여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살바도르 달리 전시가 DDP에서 열렸다. 초현실주의 미술이 때아닌 인기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나도 한때 초현실주의에 호기심이 있었다. 그림이 흥미로웠고, 무의식이니 잠재의식이니 하는 이야기에 회가 동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되려고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잠재의식한테도 나는 일과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 물론 억눌린 무의식을 해방시키겠다는 초현실주의의 약속은, 성공을 위해 잠재의식까지 부려 먹겠다는 내 욕심과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막스 에른스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달리나 마그리트처럼 유명한 작가를 놔두고 왜 생소한 에른스트냐” 궁금하실지 모르겠다. 바로 그 “생소하다”는 사실이 오늘의 주제다.

에른스트는 독일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다. 현대미술에 영향이 큰데, 스타는 아니다. 미술사 배우다 이름을 듣는 정도다. 이상한 일이다. 요절은커녕 오래 살았고(1891~1976), 독일·프랑스·미국 등 20세기 미술의 중심지를 돌아다니며 활동했고, 미술 하는 친구가 많았다(미술 하는 애인도 많았다). 그런데 왜 덜 유명할까? 그럴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에른스트는 흑백 그림도 많이 남겼다. 잘 차려입은 신사가 발가벗은 사람을 괴롭히는 그림이 있다. 그런데 신사의 머리가 사람이 아니라 새다. 곰의 몸통 위에 커다란 닭의 머리가 올라 붙은 괴물이 어두컴컴한 복도를 배회한다. 이런 작품이 많다.

퍽 공들여 그렸다. 옛날 사람들은 악몽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무시무시한 꿈에 드러난 억압된 무의식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여겼을 터이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공들여 그려낸 천재 화가로 에른스트를 기렸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제일 먼저 포토샵을 떠올렸다. 그림이나 사진을 오려 붙일 때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포토샵 덕분에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런 그림을 전처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림을 통해 무의식을 해방한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쑥 들어갔다. 인간본성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컴퓨터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에른스트는 운이 없었다. 그의 이름값이 예전만 못한 것은 기술의 변화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기술의 발전을 낳는다”고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역사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기술과 산업이 창작자의 상상을 규정한다.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올 때 창작자는 기술이 구현하지 못하는 분야에 매달린다. 보기에 따라 인간이 도망다니는 모양새 같다. 오늘날 인정받는 창작 가운데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분야는 무엇일까?

역시 만화가가 되기 전 공부 삼아 읽던 책이 있다. 마리안네 캐스팅이 쓴 <사진의 독재>라는 책이다. ‘독재’라고는 해도 사진이 하는 대로 시각 예술이 따라온다는 내용이 아니다. 거꾸로이다. 사진이 발명된 다음에 창작자들은 사진이 가는 곳을 피해 다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창작자의 상상력은 창조성을 뽐낼 것이다. 기술 발전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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