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항해가로 알려져 있다. 바이킹들은 이 탐험가에 앞서 수백년 전부터 유럽과 아메리카를 오갔다고 한다. 콜럼버스는 4차례 항해를 통해 신대륙에 천연두와 콜레라, 유럽에는 매독을 옮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면역이 없던 원주민 수십만명이 전염병에 몰살당했다. 화려했던 잉카와 아즈텍 제국의 몰락은 유럽인이 옮긴 질병 탓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유럽에 상륙한 매독은 주로 전쟁에 나선 군대를 통해 퍼져나가 아시아까지 확산했다.
질병뿐 아니라 외래 병해충도 화물에 실려 국경을 쉽게 넘나든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을 지정해 국가 간 이동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국내에서 2017년 처음 등장한 뒤 14차례 발견된 붉은불개미가 대표적이다. 남미가 원산인 붉은불개미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사람이 물렸을 때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침입 외래종에는 한국의 대표적 먹거리 재료 중 하나인 미역(miyeok)도 포함돼 있다. IUCN 홈페이지는 미역이 바닷속에 조밀한 숲을 형성해 빛을 막고 토종 동식물 성장을 저해한다고 설명한다. 선박에 화물을 싣기 전 무게를 맞추기 위해 넣는 평형수에 섞여 들어간 미역이 도착지에서 평형수를 쏟아낼 때 함께 쓸려나가 외국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 모양이다.
현대사회에서 질병은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5개 대륙 전체로 퍼졌다. 지난해 12월 초 국내에 상륙한 오미크론은 이달 9~15일 검출률이 26.7%까지 급상승했다. 호남권은 59.2%에 이르렀다. 방역당국은 설연휴를 전후해 오미크론이 전국에서 우세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베이징 방역당국이 국제우편을 통해 오미크론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해외 물품 구매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감염 책임을 해외배송 물품에 돌리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에서 4일, 의료용 마스크 겉면에서 7일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만사 불여튼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