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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가축방역 노동자들의 ‘외침’

입력 2022.01.21 03:00

수정 2022.01.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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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같은 문장이 진부하다 여겨지기도 했었는데, 막상 현장을 보니 대체할 수 없는 표현임을 깨달았다. 기회가 닿아 털붙이 가축이 고기가 되어 나오는 도축 과정을 보았다. 도축장은 압도적인 소음과 냄새, 습기와 냉기로 가득했다. 작업자들은 날카로운 날붙이를 예민하게 집중을 하며 잘 짜인 동선에 따라 능숙하게 가축을 처리했다. 그들은 프로였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사람은 가축이 아니라 고기를 먹는다. 가축이 고기로 ‘재탄생’하려면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축주들이 맡지만 사료를 주고 똥을 치우는 말단의 작업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담당한다. 가축이 태어나 길러지고 도축되기까지의 전 과정에는 국가의 시스템이 개입한다. 소와 돼지는 태어나면 귀표를 달아 일종의 출생신고가 이뤄지고 귀표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기르고 도축되었는지 축생의 이력이 담긴다. 그 이력을 믿고 소비자들은 고기에 값을 치른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다.

코로나19처럼 가축의 전염병 관리도 방역체계를 따른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질병은 전파속도가 빠르고 가축 폐사율도 높아 전염을 막으려면 빨리 발견하는 일이 최선이다. 이에 상시 예찰 업무를 통해 가축과 농장의 상태를 기록하고, 가축방역사들이 가축의 시료채취(채혈)를 하여 분석을 한다. 가축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무구한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많은 이들이 눈을 뜨고 보지 못한다. 비록 먹기 위해 기른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엄연한 생명이다. 하지만 폐사든 살처분이든, 느닷없는 죽음만은 막고자 한다면 예방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전염병이 발생했다면 매뉴얼에 따른 재빠른 대응으로 확산을 막는 일, 이를 ‘방역’이라 한다. 게다가 요즘엔 ‘K방역’이라 이름 붙이며 영예를 드러내기도 한다.

K방역의 사명을 오래전부터 떠맡아온 이들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속한 1000명의 노동자들이다. 우리가 정육점에서든 고깃집에서든 고기 한 점 구워 먹으려면 가축 방역이 굳건하게 받쳐줘야 한다. 많이 알려진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말고도 결핵과 브루셀라, 큐열과 같은 낯선 병들도 미리 걸러내야 한다. 인수공통의 위험성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t에 육박하는 황소의 꼬리와 목에 주삿바늘을 꽂아 피를 뽑는 일을 상상해 보라. 이는 소형차 한 대가 좌충우돌하면서 이리저리 부대끼는 현장을 통제하는 일이다. 담력과 능수능란함 모든 것이 동시다발로 이루어지는 고도의 기술이고, 이 일이 가축방역사의 일이다. 도축을 끝낸 뒤에도 가축의 살과 내장의 일부를 채취하는 일은 검사원이 맡는다. 이미 도축된 고깃덩어리 조금 뜯어내는 일이 무에 어려우랴 하지만 검사원의 현장은 피와 기름, 잔변, 악취와 소음, 그리고 칼이 난무하는 도축장 복판이다. 잘 받지도 않는 전화기에 매달려 축주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가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방역정보를 전달하며 현장이 대응할 수 있도록 단초를 마련하는 일이 예찰직 업무다. 이들의 세 박자가 ‘쿵짝’ 하고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고기를 팔 수도 먹을 수도 있다.

답답할 정도로 묵묵했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현장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10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방역을 간호사와 방역노동자들의 사명감으로 틀어막아 온 것처럼, 오래전부터 K가축방역을 발품과 말품으로 막아온 이들이다. 다치고 죽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고기를 기르고 먹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차가운 길 위에 섰다. 명절을 앞두고 고기가 많이 필요한 지금, 그들의 말에 잠시 짬을 내어 귀를 기울여 보자. 방역 없이 삶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를 이미 살고 있으므로 저들의 말은 우리의 삶을 지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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