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신자료(이동통신사 가입 정보)를 조회 당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정철 형사소송법학회 인권 이사 등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 기관이 이용자의 통신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사 기관이 개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다.
이들은 “국민의 개인정보는 국민 개개인의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가 국민 동의 없이 이를 제공했다면 국민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랐다는 이유로 일반인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수집행위가 적법해질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수사대상이 ‘고위공직자의 특정범죄’로 한정된 공수처가 형사소송법학회 회원들과 김경율 회계사, 야당 국회의원, 기자, 윤석열·한동훈의 팬카페 회원인 일반 주부 등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며 “과연 적법절차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강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고 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 등에 제공되는 통신자료는 전화번호 수 기준 한 해 600만 건 이상에 이르고 있다”며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가 더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날 헌법소원에는 김경율 회계사,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김성원 의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팬카페와 한동훈 검사장의 팬카페 회원 등 30여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마구잡이 수집으로 이뤄져도 제동 장치가 없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공수처가 여러 수사 과정에서 기자와 정치인은 물론 수사와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 없이 대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 개인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 조회 사실을 대상자에게 통지하지도 않는다. 조회 여부를 확인하려면 대상자가 직접 이동통신사에 신청해야 한다. 왜 조회했는지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