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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입력 2022.02.03 03:00

수정 2022.02.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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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질까? 영화 속 유령처럼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 을까?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걸까? 내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걸까?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선 안이라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도 상황이 달라지면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 장벽을 입자가 스르륵 통과하는 양자터널효과를 생각하면 어쨌든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벽을 통과할 확률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도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앞으로 계속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입자의 수가 어떻고, 고립계가 어떻고, 엔트로피 증가를 설명하면, “그래서 결국,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것인가요, 아닌가요? ‘네, 아니요’로 답해주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주저하다 어쩔 수 없이 ‘아니요’라고 답하면, 이 얘기를 들은 사람은 “물리학자에게 들었는데,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데요”라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도 한다. 혹은 내가 “네, 아니요,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 얘기할 수는 없어요”라고 말하면, 질문한 사람은 또 “과학자나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나, 답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네요”라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드물지만 간혹 겪는 경험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정말 코로나에 안 걸려요?”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과학자는 이 질문에 “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백신을 맞아도 걸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다시 또 “그럼 백신을 안 맞으면 코로나에 반드시 걸리나요?”라고 물으면, “아니 또 그 얘긴 아니고요”라는 답을 듣는다. “아니, 그래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인가요, 맞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가요?”라고 물으면 “그래도 꼭 맞으셔야 해요”라는 얘기를 듣고 되묻는다. “아니, 백신을 맞는다고 안 걸리는 것도 아니고, 안 맞는다고 꼭 걸리는 것도 아니라면서, 왜 맞아야 해요?”라고 말이다. 자연은 확률이 대세인데, 모 아니면 도,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큰 수를 분모에 두고 역수를 구하면 작은 수가 되니, 얼마나 확률이 작아야 작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얼마나 숫자가 커야 큰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같다. ‘상당히 큰 수’ 십억을 종이에 적으면 1뒤에 0이 9개 놓인다. 우주에는 이보다 ‘엄청나게 큰 수’도 자주 등장한다. ‘엄청나게 큰 수’에서 1뒤에 등장하는 0의 개수는 ‘상당히 큰 수’다. 십억(1,000,000,000)은 금방 적지만, 1뒤에 0이 십억 개 놓이는 ‘엄청나게 큰 수’는 손으로 적자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엄청나게 큰 수’는 ‘상당히 큰 수’보다 정말 크고, ‘엄청나게 작은 확률’은 ‘상당히 작은 확률’보다 정말 작다.

방 안에서 내가 앉아 있는 쪽 방의 절반이 아닌 그 건너편에 특정 산소 분자 하나가 있을 확률은 2분의 1이다. 마찬가지로 계산하면 산소 분자 두 개가 건너편 절반에 있을 확률은 4분의 1이다. 방 안에 있는 산소 분자 모두가 내가 있는 쪽이 아닌 저 건너에 있을 확률은 2분의 1을 산소 분자의 개수만큼 곱한 값이다. 1 뒤에 0이 27개 쯤 나오는 방 안 산소 분자의 개수만큼 2분의 1을 여러 번 곱하면 그 결과는 ‘엄청나게 작은 확률’이 얻어진다. 그 값이 정확히 0은 아니니,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질식하는 것은 어쨌든 가능은 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우주의 나이만큼 오래 사는 것을 지구 위 모래알 수만큼 여러 번 윤회를 반복해도 단 한 번도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드문 사건이다. 가능은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는 지구 표면 근처라는 조건에서는 확실하다. 가만히 앉아 있다 내가 저절로 질식할 확률, 커다란 고립계에서 엔트로피가 저절로 줄어들 확률,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통과할 확률은 우주가 여러 번 반복되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고도 작다. 한편 두어 번 백신을 맞으면 감염 위험이 줄고, 걸려도 증상이 약하다는 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진실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앞으로 100% 확실히 안전하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통과하기를 바라며 눈 감고 벽에 부딪쳐봐야 혹만 생긴다. 하지만 코로나 3차 백신 접종은 과학자가 권하는 것이므로 꼭 따르시기를. 여러 차례의 백신 접종 효과는 높은 확률로 엄연한 진실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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