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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순환

입력 2022.02.04 03:00

수정 2022.02.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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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light. 경주. 2007. 이원철

The Starlight. 경주. 2007. 이원철

이원철 사진가는 존재의 순환(Circle of Being)이라는 연작을 통해서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왕릉과 나무의 밤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능이라고 하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둔덕은 그 자체가 어떤 목적물이 아니라 바로 자연인 것같이 오묘하고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보편적이지 않은 것, 일테면 보통사람들의 무덤처럼 한시적이거나 주관적이 아닌 것들은 슬픔이나 고통보다는 흥미의 대상이 된다. 객관적인 역사로 관리되어 유물이나 사료로서 인정을 받기에 그렇다. 무덤이 바라보이는 아파트는 살기 싫어하지만 왕릉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것을 낭만으로 생각한다. 다른 나라 묘지들처럼 을씨년스럽지도 않고 밝은 곳에 있어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왕릉 중에서도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왕릉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원철은 의도적으로 왕릉과 나무가 함께한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장 노출로 찍었기에 맑은 날 밤에는 별들이 운행하는 것도 보인다. 작가는 왕릉과 나무를 통해서 역사는 끝나지 않고 순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우주를 운행하는 별빛과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왕릉이 어쩌다가 씨가 날아와 싹이 터서 자란 어린 나무와 공존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북극성은 지구에서 약 4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멀고 먼 과거의 모습이다. 우주 만물은 과거의 모습과 현재를 함께 볼 수 있으며 현재는 먼 미래의 현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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