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말 그대로 생산량과 성과에 따라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이다. 추가 지불을 미끼 삼아 생산성 증대를 유도하려는 자본가의 착취 의도가 들어 있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잠정 실적이 나오는 연말 성과급에 큰 기대를 한다. 사실 성과급은 개인의 능력보다 기업의 실적에 따라 규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황을 누린 업종의 기업들은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정유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월 기본급의 11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2020년 영업이익 적자에서 지난해 1조7656억원 흑자로 돌아선 것에 대한 보상이다. 에쓰오일이나 GS칼텍스는 성과급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는데 140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SK이노베이션보다 영업이익을 더 많이 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연봉만큼을 성과급으로 받는 셈이다.
지난해 호황을 누린 곳을 따지자면 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 합산 전망치는 전년보다 33% 급증한 14조4000억원에 이른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은행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본급 300%+α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은행의 이익 증가는 은행의 노력보다 영업환경 변화 덕분이기 때문이다. 가계와 소상공인 대출이 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대출 금리차가 확대된 결과이다. 정부 허가를 받은 ‘이자 장사’로 번 돈을 자기들 배불리기에만 쓴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성과급 지급은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초 중소기업 800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7.6%만이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상여금 규모도 1인당 평균 44만7000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도 있다면 다행이다.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62만8000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12만8000명인데, 이 중 절반은 2030 청년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거둔 초과이익을 청년 구직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금에 내놓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