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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없는 대선, F

입력 2022.02.07 03:00

수정 2022.02.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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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

또 대선이다. 9년 전쯤에 “환경에 눈감은 대선 정국”이 너무 답답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요지는 한두 가지 질문에 이어 답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F’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상황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대선 관련해서 정치, 경제 이슈가 도배하고 있지만 환경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음모, 공작, 선동, 배반, 변신, 사퇴, 번복, 포장, 의혹, 갈등, 사과 등이 날마다 등장하지만 환경 관련 정책이나 공약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제나저제나 환경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오겠지 기대해 보지만 그 등장은난망해 보인다. 이어지는 의혹과 논란에 사과하는 데도 바빠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정치 논란에 매몰되다 보니 여유가 없거나 환경에 대해 진정 알지 못하거나. 환경 얘기를 하지 않고 어찌 국가 미래, 청년을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환경 정책이 이렇게 철저히 실종될 수 있을까. 화가 나는 대선 정국, 슬픈 조국의 모습이다.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

환경 이슈는 차고 넘친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미세먼지, 폐기물, 수돗물 유충과 악취 문제 등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통합물관리의 정착, 지방 상수도사업의 광역화, 물값 현실화, 자연·생태계 자체 피해에 대한 구제, 환경정의의 실현, 환경단체·자연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의 부여,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발생 차단과 철저한 구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등은 다소 어려운 문제를 담고 있다. 후보들이 간간이 얘기하는 탄소중립, 원전 문제 등은 엄밀히 말하면 에너지 문제고, 양보하더라도 환경 문제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환경 이슈를 장황하게 나열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이슈가 있음에도 후보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 괴이하고 답답하다고 지적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워낙 부동산, 일자리, 민생 문제 등이 압도하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다 보니 후보들이 미처 환경 문제에 답을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민은 화려한 구호나 슬로건이 아닌 ‘진정성’을 보고 싶어 한다. 국민은 포퓰리즘적 말장난이 아닌 ‘방향성’이 있는 아이디어나 정책을 들어보고 싶어 한다.

환경 이슈는 지금 차고 넘치는데
의혹과 논란에 사과하느라 바빠
대선 후보들 환경 얘기 없어 의아
정권교체 이전에 정책교체 필요
그것엔 진정성과 방향성 있어야

그렇다면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는 정치적 접근의 탈피다. 환경 문제가 갈등의 대상이 되고 정치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히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뒤집어 보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뿐 당장의 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절충의 묘를 살리는 것이다. 강행과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그사이에 공간을 두는 것이다. 탄소중립, 원전, 탄소세, 수도사업의 구조개편 등의 문제에 설마 중간지대가 없겠는가. 속도와 방법을 논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사람의 생명·신체 피해가 있어야만 비로소 소 제기가 가능한 기존 시스템에서는 환경파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그 결론은 소송체계, 법제도의 정비인 것이다. 지금까지 도외시되어 온 정치적·경제적 지위가 약한 자들이 강한 자들에 비하여 불균형적으로 심하게 환경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환경부정도 이제 과감히 벗어던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토론회 자리에서도 환경 이슈가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언젠가 환경 공약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공약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국민은 구체적이고 무겁고 전문성 있는 공약에는 흥미도, 이해도 없을 수 있다. 국민은 바로 가까이에 있는 대기, 물, 폐기물 문제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진정성과 방향성 있는 답을 구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언저리에서 강의하고, 배우고, 듣고 한 것이 ‘환경’만이라 내가 유독 지금의 상황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환경을 빼고 어찌 국가 비전이 있을 수 있는가. 환경보호는 보수, 진보를 구분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정권 교체, 정권 유지 이전에 ‘정책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대선이 한 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어찌 보면 실기한 감이 있다. 시험에 비유하자면 종료 종이 울리기 직전인데, 답안에 써넣어야 할 내용은 많은 모양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아 참! 그것을 못 썼네” 하면 그것은 뒤늦은 후회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답안지가 공란이니까 학교 선생으로서는 주저할 것이 없다. F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재재수강을 했는데도 F를 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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