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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반대’ 오타와 점령한 트럭 시위 계기로 고개드는 캐나다 극우세력

입력 2022.02.08 16:39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비롯해 주요 도시가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열흘 넘게 계속되는 트럭 시위는 다문화·포용 사회를 자부하는 캐나다 내의 극우 정치세력의 존재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방역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는 국경 너머 미국과 온라인 상에서까지 극우 포퓰리스트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오타와에서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에 반발하며 시작된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는 토론토, 밴쿠버, 퀘벡시티 등 나라 전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오타와는 국회의사당 앞 도로를 비롯해 트럭 시위대에 의해 사실상 ‘점거’된 상태라고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시위대의 요구도 백신을 포함한 방역 조치 전반 폐기, 나아가 저스틴 트뤼도 총리 불신임으로까지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트럭 시위를 계기로 서구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마침내 극우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위를 조직, 주도하는 단체를 이끄는 이들은 음모론 집단 큐어넌 지지자나 퀘벡 분리주의자들로, 외국인 혐오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시위대가 점거한 거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큐어넌을 지지하는 구호가 울려퍼지고 나치 문양이 새겨진 깃발이나 남부연합기가 휘날리기도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 임시 대표인 캔디스 버건은 시위대를 가리켜 “열정적, 애국적, 평화적”이라며 “트뤼도 총리 때문에 캐나다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됐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공화당 내 극우 진영의 입지가 커진 미국이나 극우 정당이 선거에서 잇따라 약진한 유럽 일부 국가들과 달리 주류 정치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문화주의를 채택한 캐나다에서 백인 우월주의 등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았던 데다, 이민자 인구가 일찌감치 무시못할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성 정당들도 반이민자 정서에 편승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 제프리 콥스타인 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정치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캐나다에서)극우 포퓰리즘이 역사적으로 존재하기는 했지만 고립된 상태였다”며 “정당 장악이나 선거 승리가 어려워진 이들이 오타와 시위라는 다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호주, 독일 등지의 이름난 극우 정치인이나 포퓰리스트들이 공개적으로 트럭 시위를 지지하면서 전 세계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백신 반대 운동을 펴는 단체들은 미국의 트럭 운전사들도 비슷한 시위를 벌일 것을 제안했다. 온라인상에서 캐나다 트럭 시위를 후원하는 모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해시태그 ‘자유 수송대’는 페이스북에서 120만회 이상 공유됐고, 트럭 운전사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그룹에는 70만명이나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럭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채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리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7일 기준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가 전체의 83%인 캐나다 국민 대다수는 시위대의 극단적인 주장에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은 오타와 주민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시내에서 차량 경적을 울리는 행위를 일시 금지했다.

캐나다 정부는 시위에 따른 소요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방역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대와의 사이에 타협점이 마련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뤼도 총리는 7일 하원에서 열린 긴급 토의에서 시위대가 조속히 해산할 것을 촉구했다고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드메일은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시위대는) 우리의 경제와 민주주의,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봉쇄하려 하고 있다”며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오타와 시민들이 폭력에 희생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7일(현지시간) 경찰관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며 도로를 점거한 트럭 시위대 앞을 지키고 있다. EPA연합뉴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7일(현지시간) 경찰관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며 도로를 점거한 트럭 시위대 앞을 지키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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