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김혜경씨의 사과, 수사 협조로 진정성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지겠다”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입장문을 낸 적은 있으나,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논란이 계속되며 이 후보 지지율이 정체에 빠지자 대면 사과를 결정한 것으로 본다.

김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배모 사무관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으로, 여러 도움을 받았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공사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배씨와 제보자 A씨의 관계를 몰랐다면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피해자라 생각한다.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앞서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는 경기도청 5급이던 배씨 지시를 받아 음식 배달과 의약품 대리 처방 등 김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김씨가 경기지사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김씨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민주당 내에서 제보자를 향해 “그만두면 될 텐데 왜 다녔느냐”는 등 부적절한 비난을 한 것과 달리 A씨를 “피해자”라고 분명히 밝힌 점도 다행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으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는 포괄적 사과를 했을 뿐 세부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답을 피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사과하느냐고 묻자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행태에 실망한 시민의 마음을 달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 A씨 역시 대리인을 통해 “김씨는 중요한 질문,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는 약속대로 수사와 감사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김씨와 이 후보가 회견 한 번으로 ‘리스크를 털었다’고 여긴다면 사과의 진정성을 평가받기는커녕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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