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를 하다보면 물고기가 많다는 포인트에서 유독 밑걸림이 잦다. 낚시꾼들은 ‘지구를 걸었다’고 웃어넘기지만 사실은 그물에 걸렸을 확률이 훨씬 높다. 물고기가 서식하거나 다니는 곳에 펼쳤던 그물이나 통발이 방치된 사례가 많아서다. 그물이나 통발은 조업 중 엉키거나 끊어지는 등 절반가량이 바다에서 유실된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연근해에 방치된 폐어구가 연간 4만t을 웃돌고, 수거는 1만t에 그치는 것으로 본다.
그물과 통발, 로프, 낚싯줄 등 어구의 원료는 대부분 나일론이다. 과거에는 면 소재가 쓰였지만 1970년대부터 값싸고 질긴 나일론으로 대체됐다. 합성수지인 나일론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자연분해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수십년에서 수백년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폐어구는 ‘유령’이 돼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 바다식물이 살 수 없게 사막으로 만든다. 물고기나 거북, 돌고래 등이 걸려 죽거나 다친다. 태풍 때 떠오른 폐어구가 선박 추진기에 감겨 발생하는 사고도 한 해 300건이 넘는다. 폐어구가 분해되더라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잘게 쪼개져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먹이활동을 하는 어패류와 물고기 몸속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식탁에 올라 인체에도 흡수된다.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고스란히 쌓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2’ 시리즈에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소재는 갤럭시S22 내부의 키 브래킷과 S펜 커버 부품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폐어망 50t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폐어망에서 뽑아낸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을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에 월 150t 이상 공급하기로 했다.
바다의 파괴자 폐어구가 첨단 스마트폰과 고급 의류의 소재로 변신했다니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폐어구 중 재활용되는 양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미생물에 의해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성 어구를 최초로 개발한 것이 한국이다. 하지만 고가인 데다 내구성 문제 등으로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바다를 살리려면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