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비상사태가 시작된 것이 재작년 이맘때이다.
백신 개발과 함께 팬데믹 상황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코로나19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며 현재까지 그 위력을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다. 그사이 진행된 변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적 공간에서 체온 측정, 출입 등록, 접종 정보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일상화된 것이다. 열화상 카메라, 온도 측정기, QR인증기 등의 감시기술이 우리 몸이 특정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정상적인 몸인지 아닌지 판정한다. 이러한 감시기술의 도입은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몸을 분류하여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격리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예방적 감시기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Screening the body>(1995)의 저자인 미국 미디어학자 리사 카트라이트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미국 정부는 결핵 확산을 막기 위한 공공 의료 감시체계를 도입하여 초기 단계에 있는 감염자를 찾아내어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집단적 감염을 막았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예방적 감시기술의 담론과 실행들이 대단히 인종주의적이고 성별화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점이다. 먼저 여성들이 결핵을 전파시킬 수 있는 매개자로 의심받았고, 이후 동성애자들이 공중 보건의 위협으로 집중조명되며 감시의 표적이 되었다.
이 점에서 영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라이언은 <감시사회로의 유혹>(2014)에서 감시기술의 핵심적 기능을 ‘사회적 분류’(social sorting)로 정의한다. 사회적 분류는 정부나 기업이 감시기술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여 시스템 유지에 적합하게 인구를 구분하여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국가적인 안보 상황에서는 잠재적 위협으로 상정하는 특정 집단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주로 사회적 소수자들이 표적이 된다. 9·11 사태 이후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이슬람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감시가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던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후 ‘안보 국가’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통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응하며 많은 국가들은 국경 폐쇄, 입국 제한, 동선 추적, 자가 격리 등 전례없이 광범위한 감시를 실행하였고, 이런 조치들은 전염병 예방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정당화되었다. 국민 건강과 국가 안보를 내세운 감시의 시선은 인종, 지역, 성, 장애, 연령 등의 사회적 범주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개인들을 표적으로 다양한 비도덕적 집단을 분류해왔다(중국인, 대구 신천지, 이태원 동성애자, 요양원 및 정신병동 거주자, 홍대 이십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류는 즉각적으로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이어졌다. 언론은 이러한 분류와 혐오를 생성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한 사회적 분류는 줄었지만, 더욱 광범위한 범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 및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한 사회적 분류가 실행되었다. 확진자, 자가격리자, 밀접접촉자, 백신접종자, 백신접종완료자, 부스터샷접종자 등등. 심지어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과 함께 실행되는 입국 제한 완화는 접종한 백신 종류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하여 ‘백신패스’를 차별적으로 발급한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사회적 공간에 접근하여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민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자체보다 ‘비정상적·부도덕한 시민’으로 분류되어 낙인찍히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 감시 체제는 두려움을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