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검찰공화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해 별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사법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온 형사사법 개혁을 사실상 ‘리셋’하겠다는 선언이다.

회견에 앞서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사법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사법정책 기조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밝힌 내용은 사법정책이 아니었다. 법원·재판과 관련된 내용은 극히 일부였고, 초점은 검찰권 강화에 맞춰졌다.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들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는 게 폐지 이유다. 실제 추미애·박범계 전·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과도하게 행사한 측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수사지휘권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차원을 넘어 폐지하겠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게다가 검찰에 독립된 예산권까지 부여하겠다니,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모두 없애겠다는 건가.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 축소에 동의한 바 있다. 임명권자 의중에 맞춰 동의하는 척만 한 건지, 아니면 생각이 바뀐 건지 궁금하다.

윤 후보는 공수처 대수술도 예고했다.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해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를 규정한 독소조항을 폐지하겠다”며 “공수처가 계속 정치화한 데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폐지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출범 1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을 견제하고 판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설립 취지까지 부인할 일은 아니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지원하는 일이 우선이다.

윤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공언하고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검찰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에 비춰보면, 이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닐 가능성이 짙다. 그는 지금 ‘검찰공화국’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소불위 검찰’의 폐해를 목도한 시민들이 이를 용납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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