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지원 등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에 앞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직접 불러 합의를 종용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마당에 할 일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14조원의 추경안을 제출한 이후 여야는 추경 규모와 자영업자 등의 지원 방안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정부도 ‘16조원+α’ 수준으로 추경 규모를 늘려 물러섰다.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프리랜서, 법인택시 기사 등 그동안 지원받지 못한 취약업종·계층 약 140만명에게 1인당 1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런데 35조원 규모 추경을 공언하던 민주당은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1인당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을 우선 지원한 뒤 추후 보완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10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손실보상이든 재난지원금이든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지원으로 버텨야 하는 형편이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을 지나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추경안 처리가 이들의 숨통을 틔우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39세 이하를 공천하는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치자금법만 통과시켰다. 자기들이 급한 일만 처리하고 말았다.
여야는 추경안 합의 실패를 상대방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후보들은 앞다퉈 50조원이니 100조원이니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을 공약했다. 그러나 실제론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며 자기 당 논리만 고집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생을 말하고 경기 회복을 약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인 25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여야는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선거운동을 핑계로 합의를 미뤄서도 안 된다. 당장 자영업자·소상공인, 그리고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돌보지 못하면서 무슨 정권을 맡겠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