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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와 소나무

‘함흥차사’로 유명한 함흥에는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살던 함흥 본궁이 있다. 왕의 자리를 물려준 뒤에 이성계는 함흥 본궁으로 돌아와 칩거하였다. 아들끼리 원수가 되어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눈앞에서 볼 수 없었던 아버지 이성계. 예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 앞에는 혈육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골육상쟁은 이성계에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사람 대신 나무를 믿었던 것일까. 그는 그곳에 소나무를 손수 심었다. 흔히 ‘함흥본궁송’, 또는 ‘태조수식송(太祖手植松)’으로도 알려진 소나무가 그것이다. 신궁으로 알려진 그가 활을 쏠 때는 이 소나무에 항상 활을 걸어 두었다고 한다. 소나무만큼은 변치 않고 그의 곁을 지켜 주었으니, 그의 호 송헌(松軒)이 우연이 아닌 듯하다.

임진왜란 때에는 왜구의 칼에 소나무가 손상되어 상처 부위를 구리판으로 감쌌고 이후에도 극진히 보살폈지만, 전부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조선 후기까지 각종 문헌에 이 소나무에 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하는데, 남구만의 <약천집>, 김창흡의 <북궐일기>, 이유원의 <임하필기> 등이 대표적이다. 함흥본궁송은 문헌기록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자주 그려졌다. 18세기에 제작된 ‘함흥내외십경도’를 비롯하여 겸재 정선의 ‘함흥본궁송’과 조중묵의 ‘함흥본궁도’ 등에 소나무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성계는 자신이 기거하던 곳에 늘 푸른 기상의 상징인 소나무를 심음으로써 건국 시조로서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기원했을 것이다.

함흥본궁송은 지금 어찌 되었을까? 현재 함흥 본궁의 소나무는 북한에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고 기묘’하여 천연기념물 제252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명 ‘함흥반송’이라 불리며, 함경남도 함흥시 사포구역 소나무동 함흥 본궁의 경흥전 앞마당에서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는 두 갈래의 큰 가지가 땅에 늘어져 자라며, 수많은 잔가지 끝에 푸른 잎이 펼쳐져 ‘아름다운 소반 모양의 나무갓’을 이루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식물학 연구에 의의가 있는 이 소나무를 잘 관리하고 보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원래 이성계가 3그루(또는 6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지지만, 북한의 <천연기념물편람>에는 이 한 그루를 제외하고 다른 소나무의 기록이 없다.

혁명의 역사만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함흥본궁송을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하는 것은 의외다. 수많은 사람이 숙청당했던 북한 땅에서도 이성계가 심은 소나무는 살아남았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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