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여야 후보들은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0시 수출 현장인 부산항을 찾아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정권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구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미래 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북 전주에서 기득권 양당정치 타파를 약속했다. 후보들은 자신이 그려온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실현하기 위해 건강한 경쟁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유력 후보들이 첫날부터 강조한 것은 통합의 정신이다. 이 후보는 부산 부전역 앞에서 진행한 첫 유세에서 “통합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구성과 국민 통합정부를 주창한 데 이어 다시 통합을 역설했다. 윤 후보 역시 이날 서울 청계광장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선거”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극심한 분열상에 휩싸여 있다. 여전한 지역 간 갈등에서 최근에는 세대 간, 남녀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안정적 국정운영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두 후보가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은 백번 당연하며 바람직하다.
그러나 말과 달리 유력 후보들의 행태와 선거전은 딴판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이, 윤 두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분열을 부추겨왔다. 문제는 그 주장이나 상대방 비판이 근거가 박약하거나 과도한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사진으로 비판을 받자 이 후보가 2014년 식당에서 흡연한 사진으로 맞섰다. 잘못이 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지 7년 전 사진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를 넘는 비판은 유권자들의 혐오를 부추겨 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린다. 네거티브에 모든 것을 건 듯한 행태는 정치혐오만 키울 뿐이다.
차기 대통령이 맡은 과제는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시대적 과제인 대전환은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구현할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나 코로나 이후 경제와 사회 등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통합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가치가 아니다. 통합의 정신이 실종된 차기 대통령의 집권은 재앙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자신들이 약속한 통합의 메시지를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선거 후 통합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