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참변이 또 일어났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40대 여성 A씨가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 조모씨(56)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서 신변보호 중인 30대 여성이 피살된 사건이 벌어진 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송파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 가족이 변을 당했다. 수사당국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또 지키지 못한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대책을 더욱 면밀히 마련해야 한다.
이번 참극 역시 가해자의 명백한 범행 징후를 검경이 놓친 결과 빚어졌다. 조씨는 범행 사흘 전 스토킹 범죄 연루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폭행·협박 피해를 신고한 A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뒤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대응도 미흡했다. 가해자를 유치장에 최대 한 달간 유치해 피해자와 분리하는 적극적인 조치 대신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풀려난 조씨는 접근금지를 무시한 채 A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과 검찰의 부실한 대응이 참극을 빚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해 말 범죄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개선했다. 피해자 위험도를 세분화해 보호하고 맞춤형 순찰을 하며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와 스마트워치를 제공하는 게 주 내용이다. 하지만 그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를 즉시, 강력히 차단할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대응이 신속해진 것은 맞다. 중구 살인 사건 때처럼 스마트워치 정밀성이 떨어져 엉뚱한 곳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없었고, 출동시간도 2분으로 단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 달 사이에 유사 사건이 세 차례나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분석해 대응 매뉴얼을 가다듬어야 한다. 스토킹·성폭력 등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피해자는 해마다 늘어 연간 2만명에 이른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변보호 전담 인력 확충이 급선무다.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결코 안전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