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대선을 앞두고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에게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지는 간호법 제정을 위해 후보 지지선언에 활용할 목적임을 밝히고 지지후보와 지지선언 참여 의향을 적도록 했다. 나아가 실명과 전화번호, 거주 지역, 간호사·간호대생 여부, 개인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함께 작성토록 했다. 간호협회가 전 회원과 간호대생에게 헌법이 보장한 비밀투표 원칙도 무시하고 실명으로 대선투표 성향을 조사했다니 제정신인지 묻게 된다.
간호협회는 회원들이 해당 문항에 자발적으로 응답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교육 현장에서는 일괄적·반강제적으로 설문지를 돌려 회수하거나 간부 간호사·교수가 설문 참여를 종용·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사·간호대생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에는 A병원에서 간호국이 설문지를 배포했고, B병원에선 수간호사가 설문 작성을 강권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간호대에선 과별로 참여 숫자를 할당했고, 한 병원 간호사는 ‘센터 한복판에 설문지를 두고 지지후보 목록에 서명도 하게 해 알고 싶지도 않은 우리 부서 정치성향도 파악하게 된다’고 적기도 했다. 간호사들은 상하 지휘 체계나 근무 긴장도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처 업무까지 폭증한 속에서 민감한 투표 성향 조사가 이뤄졌으니 간호사나 간호대생이 받았을 압박감과 답답함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취합된 명단은 지난달부터 대선 후보에게 전달되고 있다. 전북과 경기도에서는 각각 간호사 2000여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울산 간호사 1000여명과 경남 간호사·간호대생 5000여명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간호협회는 “선관위로부터 지지선언 명단을 취합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며 이런 조사는 과거 총선·대선 때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지지선언은 특정후보 지지자를 별도로 공고·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전 회원에게 정치성향을 묻고 그 결과를 분류해 활용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지후보가 서로 다를 텐데 협회 인사들이 임의로 명단을 이용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간호협회는 여야 후보들도 지지한 간호사법 논의는 국회에 맡기고, 간호사 개인정보가 유출·변용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선관위도 직능단체에서 유사한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도·감독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경향신문은 2022년 2월 17일자 지면기사 및 사설과, 2월 16일 인터넷기사 사회면과 오피니언면에 대한간호협회가 실명으로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자발적 참여를 고지하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주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자발적 참여 시 명단 취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또한 취합된 명단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한 바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