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피해 조정안이 사고 발생 11년 만에 처음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7018명을 피해자, 사망자 유족, 노출 확인자 등으로 구분해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조정안 초안을 마련해 최근 피해자단체 등에 전달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단순 노출자에게 500만원, 초고도 피해자에게 최대 4억8000만원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조정안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해 등급 산정과 일시급 등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011년 4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4명이 사망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피해 구제를 신청한 피해자는 7600여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실제 피해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020년 1만5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성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인구는 627만명, 그로 인해 숨진 사람은 1만4000명으로 추산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폐 관련 질환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생활환경제품이 인명 대량살상을 초래한 사회적 재난이다.
기업과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공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참위도 정부 각 부처가 원료물질 및 제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못했을 뿐 아니라 독성실험도 부실하게 하고, 부당표시 광고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업도 SK케미칼은 안전성 검토 없이 원료를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애경산업 등에 판매했고, 유통업체들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취지로 광고해 참사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지원금이 실제 치료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료비는 전액 보상하는 게 옳다. 피해자 가족의 손실 보전도 필요하다. 피해 조정은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 가족을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조정위가 초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니 원만한 최종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