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검사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여러 차례 자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전문 의료진이 아닌 일반 시민이 검사를 할 경우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방역당국은 제한된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만 강조해 ‘소통 장벽’마저 생기고 있다. 당장은 확진자 급증을 감안해 자가검사를 보조수단으로 활용 중이지만, 또 다른 감염병 유행을 대비해 서둘러 PCR 검사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자료를 보면, 지난 3일 이후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행한 신속항원검사는 하루 평균 30만건이다. 신속항원검사 방식을 쓰는 자가검사키트 검사까지 포함하면 실제 검사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가검사 수요가 늘면서 신속항원검사 정확도에 대한 의문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5차례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이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연예인 사례도 있었다.
김갑정 방대본 진단총괄팀장은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 대비 정확도는 약간 낮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PCR 검사는 채취한 유전자를 증폭해서 검사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보다 훨씬 적은 양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의료진에게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자가검사를 할 경우엔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고 했다. ‘민감도’는 실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을 검사했을 때 결과가 정확할(양성으로 나타날) 확률이다. 스스로 검사한 확진자 5명 중 1명만 정확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4명은 스스로 감염됐는 줄도 모르는 ‘숨은 확진자’가 된다.
이는 의료진이 검사할 때는 면봉을 콧속 깊숙히 넣어 비인두도말(코와 목 뒤쪽)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만, 일반인이 자가검사를 할 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비강(코 안)에서 채취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비강보다 비인두도말에서 더 많이 생존한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줄곧 ‘실험실 데이터’만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는 “민감도가 90% 이상이어야 자가검사키트 제품 허가를 내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90%’는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치다. 예를 들어, 시중 제품 중 하나는 증상이 나타난 지 1주일 이내 확진자만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이들은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나 ‘증상이 없는’ 확진자에 비해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 민감도가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무증상자들이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써보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 국면에서 신속항원검사를 PCR 검사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PCR 검사 역량은 하루 80만건 정도로 한정돼 있다. 지난 3일 이후 PCR 검사는 하루 평균 약 50만건, 많을 때는 70만건 가까이 실시됐다.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 방대본은 “인력·장비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단기간 확충은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PCR 검사 역량 확대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혁민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2년 전부터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이야기했다”며 “PCR 검사는 감염병 진단에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다른 감염병에 대비해서라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