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7일 안성 중앙시장 유세에서 급기야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이라는 말까지 꺼내 민주당을 공격했다. 자신의 ‘전 정권 적폐 수사’ 언급을 두고 여권이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자기가 진 죄 남한테 덮어씌우고, 남은 짓지도 않은 죄 만들어서 선동하고 이게 원래 파시스트들, 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광화문 유세에서 “불과 5년 만에 촛불에 쫓겨난 세력이 복귀하고 있다”면서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선거전에서 상대방 공격은 불가피하다. 후보들의 도덕과 자질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실제로 검증과 네거티브 캠페인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두 거대정당과 후보들의 발언은 도를 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여권이)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것”이라며 집값을 올려 집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것이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라고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기생충 가족에게 나라를 맡겨서 되겠느냐”고 했다. 정권 교체론에만 기댄 비논리적 주장이다.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한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김의겸 의원은 며칠 전 가죽을 벗긴 소를 놓고 굿판을 벌이는 현장에 윤 후보 부부의 이름이 적힌 등이 있었다며 “김건희씨와 윤석열 후보는 등을 달고 무엇을 기원했느냐”고 공격했다.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김씨를 암시하는 노래에 대해 “마이클 잭슨에 비유했다는 건 (김씨가) 오히려 더 감사해야 될 일 아니겠나”라고 했다. 검증을 앞세운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답지 않은 태도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유권자를 자극해 판단을 흐린다. 지금 두 거대정당이 네거티브만 늘어놓는 것은 시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이다. 특히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자주 차별과 혐오의 언어까지 꺼내들고 있다. 인권이나 성평등 등 미래지향적 가치보다 극우 세력에 소구함으로써 표를 결집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로 통합은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이후 대전환기의 5년 국정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정책을 놓고 경쟁하고 토론해도 부족하다. 유권자들이 날카로운 비판과 근거 없는 비방을 구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판이다. 누가 네거티브로 선거판을 어지럽히는지 누가 정책을 말하는지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할 것이다. 후보들과 캠프가 남은 20일간의 선거전 내내 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