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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 가장 많이 따낸 기업은 어디?

입력 2022.02.18 03:00

수정 2023.11.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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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정부 돈 가장 많이 따낸 기업은 어디?

지난 5년간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어디일까? 명색이 재정을 연구하는 학자이지만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이 미국에 대한 것이면 쉽게 답할 수 있다. 정답은 록히드 마틴이다. 록히드 마틴은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군용기와 미사일 등을 만든다. 내가 특별히 방위산업 전문가라서 아는 게 아니다.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미국정부지출’(USAspending.gov)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미국 정부가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돈을 쓰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정부 어느 부처가 언제 무엇을 누구에게서 얼마어치 구매했는지, 연구·개발(R&D) 예산은 어느 대학과 연구소에 얼마가 뭘 연구하기 위해 지급되었는지, 어떤 민간단체가 어디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얼마나 지원받았는지 등 온갖 지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유학 시절 다니던 대학교는 얼마나 지원받는지 호기심에 학교명을 검색하니 바로 나왔다. 요새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코로나19 지원금 내역이 맨 앞에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3조6000억달러를 지출했다. 어느 부처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2006년 ‘정부지출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FFATA)’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4년 ‘디지털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DATA)’에 의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의 모든 지출은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지출했고 누가 최종 수혜자인지 경로를 소상하게 그러면서도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그래도 소액지출은 제외함으로써 숨통은 틔워주고 있다). 계약, 지원금, 보조금 등 지출 형태별로 누가 언제부터 얼마나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가 순위별로도 쫙 나온다.

얼렁뚱땅 공개는 차라리 직무유기

멋지지 않은가. 처음 이를 접했을 때는 어떻게 저런 법을 만들 생각을 했으며 어찌 이토록 신통한 웹사이트를 구축했을까 부러워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이게 당연한 거였다.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오늘날의 발달한 IT 기술하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상세한 내역을 알기 쉽게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안 하는 게 직무 유기다.

우리도 정부지출 공개 사이트가 있다. 명칭은 ‘열린재정’(openfiscaldata.go.kr)이다. 나는 이 사이트에 들어가 정부 돈을 누가 가장 많이 따냈는지 알아보려 했다.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뒤지다가 정부발주사업 항목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정부구매예산 사업정보’가 표로 공개되어 있었다. 총 4224건이 올라와 있는데 공개 내역은 이런 식이다. 국방부/전력유지/기동장비(획득)/275,913, 국토교통부/국도건설/북일-남일1국대도건설/37,628. 이걸 보고 뭘 알 수 있을까. 아하, 국방부가 기동장비(?) 2759억원어치를 구입했구나, 국토교통부가 청주에 376억원 들여서 도로건설을 했구나 하는 것은 알 수 있겠다. 그런데 이거면 충분할까.

“최고의 살균은 햇빛을 받게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미국 대법관 브랜다이스의 말이다. 정부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목적은 이를 통해 비리와 낭비를 막고, 그럼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년에 600조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다. 막대한 금액을 쓰는 만큼 이를 둘러싼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지원받아야 될 사람과 기관이 지원받고, 공사를 가장 잘해낼 수 있는 기업이 계약을 따내고, 좋은 제품이 합당한 가격에 조달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 그 바닥의 업자들에게는 어떻게든 빼먹으라는 유혹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내게는 정부 돈은 낭비되기 쉬운 만큼 지출에 더욱 각별히 하라는 경고로 들린다. 눈먼 돈이 되지 않으려면?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왜 흘러가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수 있게 하면 된다.

‘정부지출 투명공개’ 공약 나와야

열린재정 사이트 첫머리에는 ‘우리나라 살림정보를 알기 쉽게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나온다. 그런데 국방부가 기동장비를 얼마어치 구입했고 국토교통부가 얼마짜리 도로건설 계약을 맺었다는 것만으로 살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목적이 달성될까. 우리는 ‘디브레인(dBrain)’이라는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돈을 들여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dBrain을 구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니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정부지출 공개를 능가하는 상세한 공개가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런저런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를 실행하려면 작게 잡아도 향후 5년간 250조원 이상, 연평균 50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공약의 타당성은 시비하지 말자. 나는 대통령이라면 자신이 구상한 좋은 나라 만들기 위해 그 정도 예산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사업 공약과 함께 이런 공약도 하면 좋겠다. “정부지출 투명공개법을 제정하겠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왜 쓰고, 누구에게 돈이 흘러갔는지를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내신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음을 여러분께 검증받음으로써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사족. 열린재정 사이트에는 맞춤형 수혜 서비스라는 항목도 있다. 여기 들어가면 연령대별, 분야별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나와 있다. 한번 들어가 보자. 어쩌면 몰라서 못 받았던 혜택이 있을 수 있다. 단, 이 사이트 역시 수요자 편의를 위해서는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 상태로는 너무 엉성하다. 미국도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알려주는 ‘혜택’(benefits.gov)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여기 들어가서 나이, 가족관계, 건강상태, 수입 등의 정보를 넣으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매우 상세히 제공된다. 정부 입장에서 지출내역 상세공개는 내키지 않을 수 있지만, 국민에게 제공하는 혜택이야 생색나는 일이니 널리 알리는 게 좋은 일 아닌가. 기왕에 홍보하려면 조금만 더 신경 쓰기 바란다. 담당자들이여, 일단 미국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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