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가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제조사 두성산업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16명이 제품 세척제에 포함된 독성물질 트리클로로메탄에 급성중독된 것이다. 이번 재해는 지난 10일 1명의 중독이 확인돼 해당 공정에 관계된 71명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시행됐음에도 사망 등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국은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1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독 노동자들은 노출기준의 최고 6배에 이르는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됐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이 사업장에서 검출된 트리클로로메탄은 최고 48.36PPM으로 나타났다. 유기화합물인 트리클로로메탄은 장시간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 간독성과 중추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두성산업 집단 중독은 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 유형 3개항 중 하나인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에 해당한다. 나머지 2개항은 직업성 질병보다 잘 알려진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이다. 직업성 질병은 사고로 인한 사망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독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해임에 분명하다.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삼표산업의 토사 붕괴, 여천NCC 폭발 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으로, 하루 2명 이상이 일터로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보면 산재사망률 1위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 시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노동부는 이날 두성산업 현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장에 기준치의 6배가 넘는 트리클로로메탄이 노출된 이유는 무엇인지, 하루 8시간의 노동시간은 준수했는지, 환기시설은 제대로 가동했는지, 개인보호장비를 규정대로 착용했는지, 취급물질에 대한 위험성 등 안전 교육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 전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재해 재발을 막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