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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입력 2022.02.19 03:00

음악을 듣고 글 쓰는 일을 하지만, 가끔 음악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에는 가닿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음악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그 크기와 무게를 재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음악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으며, 가질 수 없다. 시간 속에서 생겨났다 금세 사라진다. 음악을 듣고 나면 깜깜한 방에 혼자 남는 것 같았다. 음악은 무엇일까. 어딘가에 있긴 한 걸까. 막막함 속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신예슬 음악평론가

신예슬 음악평론가

이런 물음이 흐려지는 순간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시끌시끌한 현장에 갔을 때, 그리고 음악가를 대면해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음악가에게 음악이 무엇이냐고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건 어쩐지 마땅치 않아 보였다. 음악은 그의 삶에서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에겐 음악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보다 음악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 것인지가 더 중요한 듯했다. 음악가를 만날 때면 음악이 먼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 속에, 그리고 우리가 음악과 함께 보낸 시간 속에 배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발간된 이지영의 책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는 음악에 몸담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클래식’이라 불리는, 서양음악사의 전통을 따르는 연주가와 성악가, 창작자들과의 대화를 모은 것이었다. 그 대화엔 그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음악이 무엇이고 그들이 거기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음악으로부터 뭘 배웠는지, 어떻게 실패했는지, 무엇과 싸웠는지, 자신에게 음악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중 내게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 혹은 음악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 음악도 흘러가고 없어지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뭔가 붙잡아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진실’이 하나뿐이라면 그건 가짜일 거예요. 세상이 변하고, 우리도 변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각이 변하는데, 무언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거죠. 진실은, 음악은 끝없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시대마다 사람들이 찾고 싶은 진실의 의미를 찾아가게 해준다고 생각하고요.”

서로의 언어는 다르지만 이 대화에 동참한 이들은 모두 시간과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컨대 사진작가 윤광준은 “음악은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라 표현하고, 영화감독 박찬욱은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일이고 그 연주가 행해진 몇 년 전, 몇십 년 전의 공기로 함께 숨 쉬는 일”이라고 말한다. 책의 서문에 이지영은 ‘공들인 시간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붙였다. 긴 시간 다듬어져온 대화들을 읽으며 나는 만약 음악의 본질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건 긴 시간 음악을 마주해온 이들의 기억과 경험에 머무르고 있을 것만 같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그 음악의 본질이란 것은 단 하나로 고정될 수 없고, 음악 하는 이에 따라 모두 달라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종종 떠올랐던 ‘음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음악이 내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질문의 초점을 바꾼다면 나도 여기에 언젠가는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은 연주가의 음악처럼 정교하고 세공된 무언가라기보단, 여러 전통이 출몰했다 사라지며 동시대의 소란과 논쟁이 가득한 덩어리에 가깝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음악들로부터만 찾을 수 있는 어떤 진실이 있을 거라 믿고 싶다. 그런 고민을 하며 이 책에 놓인 몇 가지 질문들을 되짚어본다.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일까요?”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해왔나요?”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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