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대선 완주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후보등록 첫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1주일 만에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그의 완주 선언으로 대선은 승부도 TV토론도 4각 경쟁의 틀이 짜여졌다.
안 후보는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단일화 결렬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고, 제1야당이 단일화의 진정성을 폄하·왜곡했다는 것이다. 유세차 사고를 겪은 상중에 안 후보의 사퇴설과 경기지사 출마 요구설까지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정치 모리배’짓을 서슴지 않아 모욕을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아침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나”라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안 후보 발언을 희화화했다. 국민의당은 곧바로 “금수와 다를 바 없는 망언을 사과하라”고 했고, 이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를 “조변석개”라고 맞받았다. 두 후보의 이견과 기싸움으로 단일화 피로감이 쌓이다 감정 섞인 설전으로 치달은 것이다. 결국, 보수야권의 단일화 카드는 안 후보가 “혼란을 느꼈을 국민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한다”고 거둬들이며 없던 일이 돼버렸다.
두 후보의 단일화는 처음부터 난기류에 휩싸였다. 적합도와 경쟁력을 절반씩 묻자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반대로 답을 미루며 양보(담판)와 지지선언(중도사퇴)만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가 단일화 필요성과 유불리 시점만 저울질하다 협상테이블도 차리지 못하고 끝난 꼴이 됐다. 여론 지지율에서 앞선 윤 후보는 이 과정에서 결단력과 포용력을 보여주지 못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1997년 공동정부의 공약과 명분을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머리를 맞댄 ‘DJP 연합’ 식의 신뢰도 쌓지 못했고, 2002년 여론조사로 공정한 타협선을 만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길도 밟지 못한 것이다.
이제 대선 투표일까지 16일 남았다. 21일에는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첫번째 TV토론이 열린다. 보수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대선판을 흔들 선거공학적 변수는 사라지거나 약해졌다. 가뜩이나 미래 비전과 공약 경쟁은 뒷전이고 네거티브만 판치는 대선이다.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정면승부로 자신에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 국민의 선택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