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직접 고용한 의료진만 지급
동일노동 동일임금 훼손 ‘탁상행정’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 지급지침’ 내용. 이 수당은 의료기관 원소속 근무 인력을 대상으로 지급되며, 코로나19 확진자 대면 정도와 업무 유형에 따라 차등이 존재한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을 병원이 직접 고용한 의료진에게만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 파견노동자, 재택치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환자 관리 업무를 하는 의료인력은 수당을 못받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7일부터 코로나19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대면 빈도와 업무 유형, 고용형태에 따라 수당을 차별한다는 점이다.
상시적으로 확진자와 대면하는 의료진은 하루 5만원을 받는 반면 간헐적으로 대면 업무를 하는 의료진은 3만원을 받는다. 응급실 음압병실이나 중증환자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에게도 2만원만 돌아간다.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나 의료기사 등의 노동자, 재택치료 관리 업무를 하는 의료진은 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병원에 직접 고용돼 코로나19 감염체와 상시 접촉하는 의료 폐기물 처리인력이나 청소인력에게는 2만원이 지급된다. 같은 일을 하는 파견노동자에게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수당 신청 시 ‘의료기관 원소속 근무 인력’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의료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정부 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22일 기준 재택치료자 수는 49만322명으로 관리 인력들은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기관의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위험군 재택치료 환자의 비중은 전체 재택치료자의 15%에서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22일 “확진 환자를 보면 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재택치료자 관리는 업무 강도는 높은 반면 수당은 받을 수 없어 꺼리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개월간 1200억원’이라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수당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 선정에 제약이 있다고 해명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용역업체 소속이다보니 고용주가 달라 인원이나 대상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전문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당을 도입한 만큼 주어진 예산에서 모든 관련자들을 지급 대상에 포함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수당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국가인권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수당뿐 아니라 감염병 예방 조치에서도 배제되고 있다”며 “고용의 차별을 넘어 생명, 안전까지 차별하는 이 행위들을 시정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진한 인도주의적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현장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 이송, 청소, 폐기물 처리, 시설관리를 하는 노동자들 모두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필수 인력”이라며 “고용 형태를 떠나 이들 모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