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기소됐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그러나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다른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 5명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러다보니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대장동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이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
검찰 수사의 주요 자료가 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정영학 회계사’ 대화 녹취록이 최근 추가로 공개되고,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까지 언론에 보도됐다. 한국일보는 김만배씨가 현직 A대법관을 가리키며 “그분이 다 해서, 내가 50억을 만들어…”라고 말한 녹취 내용을 보도했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다. 이번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은 과거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알려져온 ‘그분’과 다른 인물이다. JTBC는 남 변호사의 지난해 11월 진술을 토대로, 2011년 대검찰청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대출을 알선해준 조모씨가 윤석열 중수2과장에게 조사받으며 ‘커피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등이 보도해온 ‘봐주기 수사’ 의혹에 구체적 정황이 더 보태진 것이다.
물론 사건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이나 검찰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을 일은 아니다.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제기된 의혹들을 규명하고 관련 진술을 검증해 사실과 허위, 가벌성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구분해줘야 할 검찰이 ‘직무태만’ 상태라는 데 있다. 같은 의혹들이 반복해서 제기되는데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권자들이 겪고 있는 혼란을 고려하면 검찰이 의혹의 진위를 조속히 가리는 게 옳다. 더욱이 ‘그분’으로 의심받고 있는 A대법관의 경우 현직 대법관 신분이다.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의 권위가 추락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그동안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보인 모습은 무능 그 자체였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연거푸 기각됐다. 일부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행한 사태도 발생했다. 수사팀이 방역수칙을 어겨가며 회식을 하다 주임 부장검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혹여 지금은 대선 날이 밝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정권의 향배가 결정된 후 수사 방향도 다시 설정하겠다는 꼼수를 부려선 곤란하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