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동욱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정부는 2018년 급속한 고령화 및 저출산시대를 대비하고자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ICT와 융합된 ‘수술로봇’이 한 가지로 꼽혔습니다. 수술로봇은 수술시간 단축, 출혈 및 감염가능성을 최소화해 환자·의료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과 결합해 외과수술 중 3~5%에 불과한 수술로봇시장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마켓스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수술로봇시장은 연평균 12% 성장해 2025년에는 118억달러(14조71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신년특집으로 [진화하는 로봇기술]이라는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재활은 일생의 크고 작은 고비에서 누구에게나 꼭 한 번은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질환, 외상 또는 고령화로 신체적 기능이 떨어져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활은 대부분 물리·작업치료사가 도맡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치료사가 진행하는 재활은 치료사들의 체력소모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활로봇이 도입, 치료사들을 보조하며 효율적인 재활치료가 가능해졌다. 그중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국내 최초로 로봇재활치료센터를 개소, 최신 재활로봇을 도입하며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나동욱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만나 ‘재활로봇’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세브란스 재활병원 로봇재활치료센터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국내 최초로 2011년 로봇보행치료실을 도입했으며 2018년 로봇재활치료센터로 확장 개소했다. 로봇재활치료센터는 로봇을 재활치료에 적용, 장애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에게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보행 및 상지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하지재활로봇으로는 ▲에리고(Erigo) ▲로코맷(Lokomat) ▲안다고(Andago) ▲모닝워크(Morning Walk) ▲엑소워크(Exowalk Pro) ▲엔젤렉스M 등을 보유중에 있으며 상지재활로는 ▲아메오파워(Armeopower) ▲네오마오 등이 있다.
- 전통적인 재활치료와 로봇재활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뇌졸중으로 인한 하지마비환자를 예로 들겠다. 환자마다 편차가 있지만 하지마비환자는 하루 평균 30분 이상 보행재활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재활은 보행훈련을 위해 여러 명의 치료사가 환자의 양쪽 다리와 상체를 각각 붙잡고 움직임을 유도해줘야 하는데 장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반면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의 몸을 지지하면서 안전하게 보행훈련을 시켜줄 수 있다. 즉 치료사와 환자의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다. 또 로봇이 환자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정도를 수치화해서 환자의 근력 향상과 기능 발달에 가장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로봇재활은 크게 상지와 하지재활로봇 등으로 나뉜다.
상지재활로봇은 상지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한 재활운동을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일상생활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상지움직임은 하지움직임과 비교해 무척 다양해 연구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반면 하지재활로봇은 보행의 회복 또는 유지에 활용된다. 특히 보행을 위해서 체중을 지지하는 동시에 하지의 움직이는 속도에 비례해 발생하는 강직과 골다공증 등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
- 소아재활을 담당하고 있다. 소아재활과 성인재활의 가장 큰 차이는.
소아재활이 필요한 질환으로는 뇌성마비, 뇌염, 뇌전증, 발달저하, 복합골절 등이 있다. 이 중 뇌성마비는 앉고 서고 걷는 등 대운동기능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재활이 필수다. 다만 이때 소아는 성인 재활과 달리 ‘발달’과 ‘성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의 재활은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핵심이지만 소아는 미성숙했던 뇌와 신체가 성장하기 때문에 단계에 맞춰 아이들이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도록 해줘야 한다. 즉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 치료목표를 설정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소아들에게 로봇재활은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 국산 재활로봇이 하나둘씩 개발되고 있다. 이 중 ‘워크온슈트4’를 개발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워크온슈트4는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개발한 웨어러블 재활로봇이다. 워크온슈트4는 두 다리를 감싸는 외골격형 로봇으로 모터의 힘을 활용해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움직임을 보조한다. 무엇보다 기존 외골격형 로봇은 무거운 무게로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워크온슈트4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본따 로봇의 무게중심을 설계했다. 세부적으로 사용자 신체 부위별 밀착되는 착용부를 만든 후 로봇 관절의 기준 위치를 조절, 무게중심을 맞췄다. 워크온슈트4의 우수성은 사이배슬론 2020에서 입증된 바 있다. 현재 세브란스에는 ‘엔젤렉스M’을 도입해 뇌졸중, 척수손상, 뇌성마비, 척추이분증, 경수·흉수 척수병증 등 보행 장애 질환으로 인한 하지마비환자의 보행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재활로봇개발에 참여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재활로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측면에서의 유효성 검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7년 지상보행 훈련만 시행할 때보다 보행 재활로봇훈련을 병행할 때 독립보행 가능성이 약 2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그 효용성이 입증됐다.
이때 재활은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없는 영역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 재활이 잘 이뤄져도 100% 완벽한 재활을 장담할 수 없다. 이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재활환자에게 재활로봇을 통한 치료는 효과보다 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다. 앞으로 훌륭한 재활로봇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어떤 재활치료에 로봇을 어떻게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공학, 재활의학, 물리치료학, 작업치료학, 사회학 등 다양한 전문가가 힘을 합쳐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