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는 소수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부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25일 내놓은 2017~2020년 주식 양도세 100분위 분석 자료를 보면 주식 양도세액의 71%는 상위 1%, 95%는 상위 10%가 납부한 세금이었다. 상위 1%는 주식을 팔아 1건당 평균 80억여원의 소득이 발생해 16억여원을 양도세로 냈다. 실효세율은 20%를 약간 웃돌았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근로소득자 소득세 실효세율(약 34%)보다 많이 낮다. 법정 최고세율도 주식 양도세는 수년째 30%지만, 소득세는 올해 10억원 초과 구간 45%를 추가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표공약으로 주식 양도세 폐지를 내세웠다.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지분율 1~2% 이상인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했을 때 발생한 차익에 부과한다. 윤 후보는 “양도세 폐지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도세를 폐지하면 이른바 ‘큰손’이 투자를 늘려 증시가 활성화하고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자료를 놓고 보면 주식 양도세 폐지는 전형적인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일해서 번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상황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는 주식 양도세 탓이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가 문제이다. 증시에서 퇴출되거나 주가가 곤두박질하는 기업 뒤엔 공통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있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배주주 전횡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주식 양도세를 폐지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재벌 총수 일가와 소수 대주주, 거액 자산가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공평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역행한다. 가뜩이나 심해지는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국내 주식 계좌 수가 600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주민등록 인구가 5163만명이니 전 국민이 주식투자자인 셈이다.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전면 시행된다. 대주주가 아니어도 주식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두면 20~2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부자감세 공약은 시대착오적인 데다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