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장제원 의원을 전권대리인으로 내보냈다고 밝히면서다. 장 의원은 지난해 말 윤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 갈등의 핵으로 자신이 거론되자 2선 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선거대책본부에서 어떤 공식 직책도 맡지 않았다. 윤 후보도 ‘더 이상 윤핵관은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선 판세를 뒤흔들 수도 있는 단일화 협상에 후보 대리인으로 나섰다니, 윤핵관은 여전히 실재했던 것이다. 윤 후보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협상 결렬 과정을 설명하면서, 장 의원의 매형이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와 가까워서 협상 대표 역할을 맡겼다고 했다. 정치인이 핵심 측근을 뒀다는 사실 자체는 비난받을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그 측근이 공식 의사결정 라인에 있지 않으면서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했다는 데 있다. 당의 공조직을 제쳐놓고 개인적 측근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 용인술은 적절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장 의원의 매형과 안 후보 사이에 사적 인연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재점화한 윤핵관 문제에 대한 국민의힘 측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역시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권성동 의원은 28일 강원 유세에서 자신이 윤핵관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과 인간관계가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서 지역 사업과 예산이 좌우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탄핵된 이유를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 시에도 ‘윤석열 사단’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만큼 측근을 중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측근을 가까이에 두고 싶은 것이야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공식 직책을 맡기고, 해당 인사를 중용하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 대선 후보의 용인술 또한 대통령을 뽑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측근에 두는 신하를 선택하는 일은 그 중요성에 있어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어떤 통치자의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하게 되는 첫 번째 평가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봄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했다. ‘군주’를 ‘지도자’로, ‘신하’를 ‘참모’로 바꾸면 지금 이 땅에서도 유의미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