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0시를 기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써 식당·카페를 비롯한 유흥·실내체육·노래연습장 등 11종 시설을 방역패스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행사·집회도 허용되며, 밀접접촉자의 격리 의무도 사라진다. 정부는 일시적인 중단이라고 했지만, 다시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제도를 시행한 지 4개월 만에 거리 두기를 제외한 정부의 방역규제가 사실상 모두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이날 방역패스 중단에 대해 급증하는 확진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선 방역패스는 델타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오미크론 대응에는 효과가 작다는 말이다. 또 보건소가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를 발급하느라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조치 대신 확진자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뜻이다. 지방법원들이 방역패스 효력중단 판결을 잇따라 내리는 데 따른 지역별 차이도 해소가 필요했다.
정부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6.4%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데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44%라 여력이 있다는 판단도 맞다. 하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 대선 투표일인 9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23만명에 이르고, 이달 중순에는 35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오미크론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방역 기준을 대폭 낮춘 것에 전문가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방역 대응 논리에 앞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방역패스 시행 중단에 따라 시민들에게 백신 3차 접종을 권할 마땅한 방법은 사라졌다. 방역당국자는 이날 “미접종자는 스스로 감염을 최소화하거나 접종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 동거인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방역수칙을 알아서 지키면 된다고 했다.
이제 확진자 급증은 불 보듯 뻔하다. 위중증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향후 4개월간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소아·청소년 등 800만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미접종자는 12세 이상의 5.8%에 불과하지만 지난 8주간 중환자의 59.6%, 사망자의 60.2%에 달한다. 경구용 치료제를 신속하게 처방함으로써 인명피해도 줄여야 한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급증에 차질 없이 대비하기 위한 의료시스템도 갖춰야 한다.